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가 29일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동 후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직 출마포기 및 2021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성향 사회민주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오른쪽)가 승리했다. 사진은 이날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투표를 마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는 보우소나루. (출처: 뉴시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왼쪽)가 29일 기독민주당 지도부 회동 후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직 출마포기 및 2021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극우성향 사회민주당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오른쪽)가 승리했다. 사진은 이날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투표를 마친 후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려 보이고 있는 보우소나루. (출처: 뉴시스) 

‘서방 자유주의의 보루’ 메르켈

이번 임기로 총리직 사퇴 의사

‘메르켈리즘’지고 ‘트럼피즘’ 뜰까

남미도 극단주의 포퓰리즘 득세

[천지일보=이솜 기자] 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의 등장’과 ‘메르켈의 퇴장’이 교차하면서 세계 정치지형이 전환점을 맞았다.

남미 최대국가인 브라질의 새 대통령에 극우후보인 사회자유당(PSL)의 자이르 보우소나루(63)가 당선된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21년까지인 임기를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기조를 견제하는 EU의 상징적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서방 자유주의 진영의 한 보루에 공백이 생긴 양상이다.

이미 유럽 정치권에서는 인권과 환경 등 민주주의 가치와 다자주의적 협력을 중시하는 중도·온건 정치노선이 약화되고, 반(反)이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정당들의 세(勢)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방송은 이를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과 묶어 ‘메르켈리즘의 퇴조와 트럼피즘의 번성’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자유주의 진영 내에서 미국과 러시아 모두를 견제하고 보수 진보 가치를 아우르며 균형을 잡아왔던 메르켈 총리의 부재는 뼈아플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메르켈 총리가 없는 가운데 유럽에서 강화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을 어떻게 견제할지, 난민·이민자 유입 문제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메르켈 총리의 위상 약화는 이미 EU 안에서도 주목받고 있었다고 봤다.

재니스 에마눌리디스 유럽정책센터(EPC) 소장은 “이미 수년, 몇개월을 거치며 약해진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권위가 다시 강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특정 영역에서 독일이 빠진 공간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를 이끌어온 메르켈 총리의 부재로 EU 28개 회원국 정부의 정책 결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한 2016년 이후 자유민주주의 및 자유무역질서를 위한 견제 기반도 힘을 잃게 됐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부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에서 지도력을 발휘하며 브렉시트 투표 직후 EU 단일시장의 4가지 원칙(노동·자본·상품·서비스 이동의 자유)을 재확인시키며 EU를 지켜낸 인물이기도 하다. EU는 주요 문제 해결에 있어서 메르켈 총리에게 줄곧 매달려왔다.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카네기 유럽’의 주디 뎀시 연구원은 “메르켈 총리는 유럽이 원하는 장기 전략에 따라 독일내 반미정서를 차단하면서도 대(對) 러시아 제재를 위한 유럽의 단일대오를 이끌어왔다”고 평가했다.

메르켈의 퇴장 이후 EU 지배구조 변화는 세계 정치지형의 대전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럽 정치권에서의 ‘극우 돌풍’은 미국과 중남미 주요국가들의 정치 변화와 맞물리면서 세계 정치의 무게추를 극단적 포퓰리즘 쪽으로 기울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스트롱맨(철권통치자)’ 지도자들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면서 ‘분열의 정치’에 힘이 더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중남미와 인도에서 극우세력이 득세하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많은 우파 정당과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수주의의 빛나는 수호자로 간주하면서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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