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한국축구 영광의 순간들

남아공월드컵 16강·U-20 여자월드컵 3위·U-17 우승 ‘전성시대’
올해 아시안게임 남녀 정상에 오르는 일만 남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백호의 기운을 받은 경인년 한국축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관한 국제대회마다 사상 최고의 성적을 내면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6월 전 세계의 축제인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첫 16강 달성을 필두로 U-20 여자월드컵 3위, U-17 여자월드컵 우승이라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유례없는 최고의 성적을 각각 냈다. 그야말로 한국축구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전국이 온통 붉은 물결을 이루며 아시아 최초로 북한이 세운 8강(1966년)기록을 뛰어넘어 4강 신화를 이뤄냈지만, ‘안방만 벗어나면 힘을 못 쓴다’는 세계 일부 언론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특히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의견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지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태극전사들은 올해 남아공월드컵에서 국민의 염원인 원정 16강을 달성함으로써 이를 불식시켰다. 비록 16강에서 우루과이에 석패했지만, 깨끗한 플레이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을 보여줬다.

한국축구가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 달성으로 새 이정표를 세웠지만,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여자축구대표팀이 지난 5월 아시안컵 4강에 실패하며 2011년 월드컵 출전이 좌절되자 극도로 침체된 분위기와 무관심 속에서도 20세 이하와 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이 신화를 써 내려간 것.

U-20 독일여자월드컵에서는 ‘지메시’ 지소연이 첫 경기 스위스전에서 한국축구 최초로 FIFA 주관대회서 해트트릭을 터트리며 새 기록을 쌓아갔다. 두 번째 경기 가나전에서도 지소연은 2골을 넣어 최초로 2경기 연속 멀티골 기록까지 세웠다.

지소연을 필두로 김나래, 골키퍼 문소리 등의 활약으로 한국은 독일에 아쉽게 4강에서 패했지만, 콜롬비아를 잡으면서 3위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과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달성한 최고기록인 4위의 성적을 한 단계 뛰어넘은 대기록이었다.

대회 8골을 기록한 지소연은 독일의 알렉산드라 포프에게 밀려 실버슈와 실버볼을 차지했지만, 이 역시 2002년 홍명보 감독이 받은 브론즈볼을 뛰어 넘은 개인수상 최고기록이었다.

여자축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일본과는 승부차기 가는 박빙 승부 끝에 정상을 차지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여민지는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4골을 넣어 지소연의 3골 기록을 다시 경신했으며, 8골로 대회 득점왕에게 주어지는 골든부트와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싹쓸이했다.

이제 올해 남은 큰 국제경기는 오는 11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는 박주영과 기성용을 발탁해 24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며, 또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이끌었던 최인철 감독은 지소연을 다시 앞세워 여자축구 첫 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여자축구는 그간 북한·중국·일본에 밀려 4위만 세 번을 기록, 아직 메달이 없다.

진정한 ‘아시아의 호랑이’로 인정받기 위한 한국축구의 위대한 도전이 과연 어디까지 계속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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