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A(27, 스리랑카)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면서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0일 오후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피의자 A(27, 스리랑카)씨가 유치장에서 풀려나면서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선처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예방·대비 못한 것” 지적도

‘저유소 탱크노후화’도 거론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폭발사고와 관련해 과실 논란이 일고 있다. 풍등을 날려 화재를 일으킨 스리랑카인 A(27)씨의 잘못만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폐쇄회로(CC)TV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관리직원의 책임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저유소 폭발사고와 관련한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저유소 화재 원인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을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한 청원인은 “풍등이 저유소에 낙하된 지 2분 만에 연기가 피기 시작했는데 (A씨가) 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일터로 복귀하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막대한 피해를 입힌 스리랑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선처를 해달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건 마치 외국인이 자국에 테러를 저질러 수백명의 자국민이 피해를 입어도 테러당한 시설에 책임자만을 처벌하라는 것과 같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취지의 글을 작성한 다른 청원인은 “몰랐다고 무죄라면 모든 범죄인들이 몰랐다고 하면 다 무죄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엄연히 법이 있는데 국민 중 몇 명이 풀어주라고 하면 풀어주는 게 법치국가에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저유소 관리직원에 대한 책임을 묻는 글도 올라왔다. ‘송유관을 안이하게 관리한 송유관 안전관리에도 문제점이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거론하며 “예방이나 대비대책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고양저유소 폭발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폭발사고는) ‘안전점검 대강·대충’이 불러온 참화라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글의 청원인은 “관리를 제대로 못한 저유소 직원들의 처벌을 청원한다”고 적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7일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 등이 헬기를 이용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7일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당국 등이 헬기를 이용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7

저유소 폭발사고는 스리랑카인이나 관리직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둘 다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풍등을 날리는 것 자체는 처벌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면 규정대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직원들이 풍등이 떨어진 잔디에서 탱크 내부로 불이 옮겨 붙는 18분 동안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저유소 폭발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스리랑카인이나 관리직원보다 저유소 탱크노후화에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송규 안전전문가(전 대한기술사회 회장)는 “탱크의 유증기 환기구 주변의 잔디는 불탔는데 탱크가 폭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폭발한 탱크자체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증기 환기구를 통해서 탱크내부로 불이 옮기더라도 탱크 내부에 산소가 없으면 자연 소멸된다”면서 “화재로 폭발됐다는 것은 탱크 내부로 공기(산소)가 침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탱크는 24년(1994년) 전에 설치된 탱크로, 공기가 들어간 것은 탱크노후화에 의한 틈에 의한 것으로 예측된다”며 “전국의 저유소, 가스저장소 등 노후화에 대한 안전점검이 당연히 필요하며 탱크의 사용연한 법률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 고양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일어난 폭발사고는 A씨가 날린 풍등이 휘발유탱크 옆 잔디에 떨어지며 옮겨 붙은 불로 인해 발생했다.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휘발유와 저유시설 등 약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A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에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10일 일산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석방된 A씨는 취재진과 만나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며 감사인사를 했다. 그는 “저유소가 있는 걸 몰랐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대응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7
[천지일보=안현준 기자]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휘발유 저장탱크 폭발로 추정되는 큰 불이 나 소방당국이 소방헬기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현재 대응3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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