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요즘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판매부진이라고 한다. 불경기 탓으로 돌린다 해도 어려움은 기업의 몫이다. 팔지 않으면 재고가 생기고 가동률은 떨어진다. 매출도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마케팅에서 막히면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초기기업은 연구개발-생산-판매의 선형적인 단계를 밟는 경우가 많은데 각 단계에서 위기가 찾아온다. 그나마 R&D나 생산단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행인데 판로에서 막히면 투자한 설비나 제품·서비스가 무용지물이 된다. 판매가 부진하면 이를 탈피하기 위해 더 큰 시장이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소수대상의 고급시장을 가지고 있거나 처음부터 대규모의 생산·유통이 어려운 경우는 하향식(top-down)마케팅(처음에는 고급화, 나중에는 대중화의 전략)으로 판매를 촉진한다.  

이는 고급시장에서 대중시장으로, 소수의 적극적 선도적인 구매자에서 일반소비자로 서비스나 제품공급대상을 확대해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하향식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공연산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기자의 공연을 직접 찾아가서 감상하는 오페라를 대형극장의 스크린에서 상영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장 피터겔브(Peter Gelves)의 혁신, 일부 상류계층의 전유물로 호화로운 궁전이나 극장에서 감상하던 명품클래식을 야외에서 수만명 관중에게 공연하는 앙드레 류(Andre Rieu)의 과감한 시도는 감동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피터 겔브 단장은 “일부 예술인들은 자신의 공연을 상류층에 제공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예술도 대중과 연결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라며 오페라의 대중화를 꾀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당시 메트 오페라가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1990년대까지 객석을 90% 이상 채웠지만 2011년 이후로 75%로 떨어졌고 6년간 적자를 보였다. 그는 100년 넘게 무대에서 공연해오던 오페라를 영화관에 중계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세계 64개국의 1900개 영화관이 참여했고 1회 공연에 25만명이 볼 수 있게 됐다. 7년간 관객은 1300만명을 돌파했다. 관람료는 오페라극장 300~400달러인 반면 영화관은 22달러에 불과했지만 7년 만에 7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또 다른 대중화마케팅의 성공은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Andre Rieu)가 이루었다. 그는 1978년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대중화된 클래식’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클래식공연을 호화로운 실내공연장이 아닌 야외운동장이나 공원·광장에서 수만명 관중을 대상으로 했다. 40인조의 오케스트라는 ‘요한 스트라우스가 재림했다’는 찬사와 함께 대중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물하며 전 세계를 순회하고 있다. 2001년 일본 공연에서 완전매진을 기록한 이후 연간 200일의 공연스케줄과 함께 연 8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고 있다. 전용 비행기와 컨테이너선까지 거느리고 있다.

이외에도 대중화의 사례는 많다. 20년 전만 해도 극히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던 무전기형 이동전화(mobile phone)는 더 좋은 성능에 가격도 싼 스마트폰으로 개개인의 손에 쥐어졌고, 광산이나 공장에서 쓰던 고가의 산업용 세탁기는 소형의 가정용으로 보급됐으며 커피머신이나 골프도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대중화마케팅은 제한된 시장을 탈피하고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자 가격이나 품질을 조정하는 맞춤형 마케팅이다. 기업이 급변하는 시장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코자 소비자의 요구를 선행적으로 파악하고 이끌어가기 위해 하향식 대중마케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대량소비를 통한 매출증대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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