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손 산꼭대기 강림… 3종 보기가 3종 신기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일본 개국신화가 우리나라 단군 이야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론이 한국뿐 만 아니라 일본 사학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노우에 미쓰오 일본 교토산업대 문화학부 교수는 오는 4일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한일천손(天孫)문화론’을 통해 “일본 개국신화에 등장하는 니니기노미코토는 단군 이야기와 가야 수로왕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구성됐다”며 “일본 천손 강림 신화는 한반도·중국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술대회는 한국의 단군 이야기가 일본의 개국신화와 역사를 형성하는 데 디딤돌이 됐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한일천손문화연구소 소장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니니기노미코토 개국신화는 천손이 강림하는 단군 이야기와 가야 김수로왕의 구지봉 이야기를 뒤섞었다. 환인이 아들 환웅에게 세 가지 보물인 3종 보기(寶器)를 주고 천부인을 딸려 보낸다. 환웅은 신단수 아래로 내려가 조선을 세운다.

홍 소장의 발표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 민족학자인 오카 마사오가 “일본 신화와 왕실의 ‘3종 신기(神器)’는 단군 이야기에서 본떴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미시나 아키히데 역시 “신라에서 일본에 건너온 아메노히보코 왕자가 가져온 곰신단이 고조선의 태양신을 모셔다 제사 지내는 하늘의 제사 종교의식”이라고 전했다.

우에다 교수는 발표에서 한일 천손문화가 조금씩 차이점을 보이고 있으나 천손이 산꼭대기에 강림하는 점 등을 미뤄볼 때 공통성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한편 홍 소장은 ‘일본 천황가의 단군신화 수용 과정 고찰’이란 주제로 “일본의 국수적 왕국 신도가들은 일본 역사가 한반도 개국보다 먼저 시작됐다는 것을 나타내려고 600년이나 올려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천하 최고의 성스러운 신궁인 이세신궁을 세웠을 때 이곳에서 모신 신은 단군을 신봉하던 조선 신이었다”며 “일본 국수주의 학자들이 이세신궁의 단군신앙을 말살하면서 일본 왕실의 신인 천조대신(天照大神)을 주신이라고 꾸민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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