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임문식 기자] 2일 에스더기도운동(이용희 대표)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 등 개신교계 보수진영 연합기구‧언론인단체들의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용희 대표가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2일 에스더기도운동(이용희 대표)이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기총과 한국교회언론회 등 개신교계 보수진영 연합기구‧언론인단체들의 지지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용희 대표가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2

보수선교단체가 ‘가짜뉴스 공장’

에스더기도운동, 즉각 반박

한기총‧교회언론회 지원사격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겨레신문이 개신교발 ‘가짜뉴스’의 발원지에 대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에스더기도운동을 지목해 개신교 보수진영이 들끓고 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개신교 보수진영의 인사들이 교류하는 단체로, 이들의 활동에는 한국교회 보수 측의 견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때문에 한기총과 개신교 보수진영의 대변자로 앞장선 한국교회언론회 등은 이번 보도가 확산되자 한겨레신문을 비판하고 에스더기도운동을 옹호하고 나섰다.

에스더기도운동은 지난 1일과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겨레신문 탐사기획팀의 에스더기도운동 관련 가짜뉴스를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한겨레는 지난 9월 27일자 신문과 이달 2일자 신문에 “동성애‧난민 혐오 ‘가짜뉴스 공장’은 에스더였다” “에스더, 박근혜 국정원에 ‘우파 청년’ 양성자금 요청” “에스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가짜뉴스’ 전파” 등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의 전직 청년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용희 대표 등이 가짜뉴스를 총지휘했다”고도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 보도를 위해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고 밝혔다. 또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스더기도운동은 박근혜 정부 시절 ‘우파단체 활동가’를 양성하겠다며 국가정보원에 43억여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한겨레는 그 근거로 기도운동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며 2012년 대선 전인 2011년 11월 ‘통일운동가 훈련학교 자유통일아카데미(가칭)’ 사업 기획안을 제시했다. ‘35세 이하 청년 40명을 한 기수로 석달간 월 80만원을 주며 집중훈련시켜 정상적으로 수료한 사람은 월 120만원을 주는 각 영역별 전문 간사’로 키워내겠다는 ‘3년짜리 학사 과정’ 기획안이었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감수했다고 기록돼 있다.

자유통일아카데미 사업의 구체적 목표는 ▲시민단체 창설자·대표 양성 ▲인터넷(미디어) 뉴스·방송 창설자 및 논객·기자 양성 ▲캠퍼스 운동가 양성 등이다.

한겨레는 “수십억원짜리 예산이 드는 기획안을 만들어 전달할 정도라면 에스더(기도운동)와 이 국정원 간부 사이에 평소 일정한 신뢰 관계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보도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경로가 된 곳은 SNS 카카오토크(카톡)방이었다. 가짜뉴스 카톡방에서는 모든 문제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부정어의 사용빈도가 높았다. 마귀(7464회), 죄(7389회), 지옥(5262회), 거짓(4257회), 멸망(3423회) 등의 단어가 정세와 여야 정치인을 가리지 않고 높은 빈도로 연결되며 등장했다.

‘하나님’은 가짜뉴스 카톡방에서 압도적 1위(4만 2000회)로 등장한 단어다. 그 뒤를 잇는 단어가 ‘미국’(1만 8409회)이었다. 이들에게 미국은 하나님 다음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 3위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문재인(1만 6445회)이었는데, 비난 일색이었다. 이밖에 북한(1만 1472회, 5위), 신천지(1만1009회, 6위), 김정은(7793회, 12위) 등이 저주의 대상으로 자주 언급됐다. 개신교인이 많다 보니 성경에 대한 인용도 많았다. 특히 자주 등장한 성경은 요한복음(3498회), 야고보서(2878회)였다.

한겨레는 “이들 방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은 주기적이고 강렬한 소수자 혐오 정서였다”며 “성소수자, 이슬람, 난민 그리고 병역거부자를 대상으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이런 글들은 대체로 ‘교수·교회 성직자’에게 받았다며 유포되는 글이 많았다. 이들은 소수자 혐오를 복합적으로 엮어 말하는 것을 선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보도로 국정원 연루 의혹까지 제기돼 정치권에서는 검찰 수사 촉구 목소리가 나오고 잇다. 2일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기도운동 측이 국정원에 자금지원 요청 보도와 관련해 “에스더가 벌여온 정치공작 등 수많은 범죄행각들을 비롯해, 국정원과의 연결고리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조속히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에스더 “심각한 명예훼손… 기독교 혐오”

에스더기도운동 측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한겨레는 사실과 전혀 다른 가짜 뉴스들을 남발 보도함으로 선교단체 에스더와 25명의 기독교인 전문가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켰으며 동시에 기독교를 혐오했다”고 비난했다.

또 배후 세력에 대해 추궁하며 “동성애 법제화를 반대하는 기독교 세력을 말살시키려는 의도로 간주되며 언론권력을 남용하여 신앙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처사”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들은 “한겨레신문 양상우 사장과 김완, 박준용, 변지민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과 손해배상청구 등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아울러 가짜뉴스라고 선정한 22개 주제에 대해 생방송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기호 목사, 이하 한기총)도 성명을 내고 기도운동 측을 옹호했다. 한기총은 “선교단체 에스더기도운동을 ‘가짜뉴스 공장’이라고 낙인찍었고, 이와 함께 25명의 전문가들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밝힌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심각한 명예훼손, 비방, 모욕행위”이라고 비판했다. 한기총은 ‘한겨레신문 구독안하기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도 피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도 논평을 내고 “정상적인 선교단체를 ‘가짜뉴스 공장’이라는 매우 투박하고 불명예스런 집단으로 몰아가면서 이를 극우 기독교 단체로 연결시키고 그로 인하여 기독교 전체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한겨레가 ‘가짜 뉴스’라고 지목한 ‘동성애 커플 거부 목사 징역형’ ‘메르스 에이즈 결합 슈퍼바이러스 창궐’ ‘동성애 합법화하면 수간도 합법화’ ‘동성애 케이크 제작 거부 미국인 벌금 폭탄’ 등에 대해 항변했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 근거가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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