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민생경제 TF팀을 가동해 대구·경북지역을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원하겠다.” 동진정책이 필요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한 말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를 지난달 29일 경북 구미에서 개최했다. 당대표가 되기 전부터 ‘20년 집권론’을 내걸며 20대 대선에서 재집권은 물론 20년 장기집권을 토대를 다지겠다며 기염을 토했던 이 대표가 지도부 회의 첫 일정을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가진 것은 ‘20년 집권론’의 태동으로 보인다.

정당의 대표가 되면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좋은 정강·정책을 마련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를 원한다. 자신의 지도력의 성과 위에서 차기 대선이나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특히 여당 대표가 되면 그 욕구가 더 강하기 마련인바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그렇다. 그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언급한 “일하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강한 민주당으로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겠다”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다.

민주당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왔다. 세간에서 민주당의 능력보다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너무 못해 반사적 이익을 얻은 결과로 알려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민주당에서는 불모지였던 TK지역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을 배출해낸 것은 의외의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요, 보수의 핵심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경북 구미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던 것인데, 그곳을 선정해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20년 집권 플랜’을 위한 동진(東進)전략의 전진기지로 삼은 것이다.

그날 회의에서는 이 대표를 비롯해 최고의원들이 ‘TK에 각종 배려를 하겠다’는 공약으로 구미 5공단 투자 유치 등 지역발전 지원책을 말했고, 심지어 다음 총선 때 TK지역에 비례대표 1명을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자는 정치적인 발언도 나왔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제안과 지원 발언들은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 대구·경북지역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여러 법률이나 예산을 지원해 이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한결같은 목소리였다.

이해찬 대표가 지금까지 민주당 불모지이자 보수의 텃밭인 TK지역을 찾아 첫 최고위원회의를 연 것은 개최 그 자체에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일하게 기초단체장으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일 뿐, TK지역 자체로 보면 드러난 알곡이 없다 할 것이다. 민주당이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방선거 대승에 이어 TK지역까지 영역을 넓히며 한국당을 압박하면서 이 대표가 내세운 ‘20년 집권’ 플랜의 당위성을 띄워보는 전략으로 보일 뿐이다.

현재 TK지역의 당면 현안들은 많다. 그중에서도 구미공단 침체는 TK지역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1%를 차지했던 구미지역의 수출이 4.9%로 축소되고 구미공단 연간 생산규모도 해가 갈수록 감소해 지난해는 44조로 크게 줄어들었다. 또 대구시가 낙동강 수질 오염을 이유로 취수원 구미 이전 요구 문제는 9년째 갈등을 빚어오고 있으며, 대구공항 통합 이전 문제도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예산당국에서는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정부차원의 예산 검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TK지역을 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원하겠다고는 했으나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패싱하고 있으니 공염불에 끝날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당 TK지역 국회의원들이 정부·여당 성토에 나섰다. 이해찬 여당 대표가 경북 구미에서 첫 지도부회의를 열고 TK지역을 특별관리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고 치고 나왔다. 2019국가예산에서 인구 336만명의 광주·전남에 배정된 예산은 8조 1190억원인데 비해 인구가 516만명인 대구·경북에 대한 예산은 6조 535억원에 불과한 것은 지역차별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 개각에서도 TK지역출신 장관이 전무하다는 것은 말로만 국민화합이고 지역균형개발이지 명백한 TK홀대라는 것이다. 이 같이 TK지역 한국당 의원들이 나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역에서는 제1야당이 지역발전을 위해 한 일이 없다고 비난받는 판에 자칫하면 그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지역민이 등 돌릴까 우려되는 것이다.

예산·인사에서 TK패싱으로 한국당 의원들과 지역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공무원 신분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권 시장에 대해 지난달 30일 불구속 기소한바 지역정가뿐만 아니라 대구지역사회에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권 시장의 공직선거법상 위반행위에 대해 당사자는 “법 위반인지 몰랐다.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이니 그 결과에 따라 지역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한때 철옹성 같았던 TK지역이 이런저런 일로 흔들리고 있다. 위기인지 기회인지 분간이 어려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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