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018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평화 분위기 정착은 아직” 공통된 반응

종전선언 올해 안 가능성엔 반응 제각각

“文 정부 좀 더 주도적 역할하길” 주문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평화 분위기 정착은 아직 덜 된 것 같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걱정은 줄고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상승한 것이 판문점선언 이후 바뀐 점 아닐까요?”

“북한의 태도 변화가 생각보다는 느리고 수동적이어서 사람들은 아직 평화 분위기 정착이 더뎌지고 있다고 여기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4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4.27 판문점선언이 나온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남북 정상은 지난 4월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을 발표하고 이를 직접 발표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판문점선언 이후 무엇이 달라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양한 의견을 들려줬다.

김성진(가명, 37, 남, 경기도 수원)씨는 “북한이 계속 살아남기 위해선 (계속 관계개선에 나서는) 이 길밖에 없다고 본다. 성실히 선언을 이행할 것”이라며 “북미 관계도 더 좋아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종전선언도 올해 안에 가능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최근 베트남을 다녀왔다는 이선호(62, 남, 경남 창원)씨는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빠르게 발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판문점선언 이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북한과의 관계가) 확실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이런 태도 변화엔 김 위원장이 중국 등의 발전 모델을 주목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종전선언이 올해 안에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계속해서 좋은 태도로 나온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미관계는 더 개선되고 두 정상은 또 만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당사자인 남북이 주도권을 쥐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그 뜻만큼 잘 됐든 못 됐든 그 의지만큼을 믿음을 줄 만하다”고 덧붙였다.

광주에서 온 남윤석(가명, 50대, 남)씨는 “최근 북한이 미국에 6.25 전사자 유골을 송환한 것을 보면 선언 이행 의지가 없는 것 같진 않다”며 “이대로 남북관계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이모(50대, 여)씨는 “평화 분위기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바뀌긴 바뀌고 있는 것 같다”며 “북한이 워낙 변덕스러우니 조심스럽지만 7대 3의 비율로 올해 안에 종전 선언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증기기관차는 1950년 12월 31일 밤 10시 날아든 포탄을 맞아 현재까지 멈춰서 있다. ⓒ천지일보 2018.4.29
[천지일보 파주=박완희 기자]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29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앞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증기기관차는 1950년 12월 31일 밤 10시 날아든 포탄을 맞아 현재까지 멈춰서 있다. ⓒ천지일보 2018.4.29

긍정적인 전망도 컸지만, 시민들의 북한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박혜정(32, 여, 울산)씨는 “전보다는 북한을 친근하게 느낀다”면서도 “북한이 말을 뒤집는 것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기에 우려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금은 6.25 전사자 유해송환이라든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며 북미 관계가 발전 하는 것 같지만, 대북제제가 풀리며 북이 원하는 경제적 이득 등을 얻게 되면 예전처럼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지 않을까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는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미국의 서포트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문 대통령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했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며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했다.

일본 교토에 살며 국제학교에 다니는 김호진(가명, 25, 남)씨는 “외국에 살아서 한국 내부의 분위기는 잘 모르지만 선언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는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서 “북한이 소위 ‘호박씨 까는’ 일이 많아 비핵화라든지 이행 조건을 잘 지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며 “평가를 유보한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정혜진(가명, 46, 여)씨는 “북한은 현재 트릭을 쓰고 있다고 생각된다. 남북·북미 관계개선이 계속 이뤄질지 미지수고 종전선언도 부정적으로 본다”면서도 “한 번쯤은 더 남북 혹은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남겼다.

도경안(가명, 60, 남, 대구)씨도 “판문점선언은 북에 유리한 내용만 퍼준 실용성이 없는 선언이었다. 북이 뭐 하나라도 제대로 이행하는 게 있는가”라며 “북미정상회담도 한 번의 쇼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한반도에 더는 전쟁이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단언했다. 양 정상은 금기구역이었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평양냉면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이제 발 뻗고 주무시라”라는 말까지 했다. 남북관계가 전에 없던 평화의 물결로 흐르게 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후 6월 12일엔 싱가포르에서 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지속적‧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했다. 북미 양국은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한다’는 문구를 공동선언문에 넣으면서 판문점선언의 의미를 더했다.

하지만 최근 북미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체제 보장을 통한 비핵화’를, 미국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주장하며 금방이라도 완성될 듯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파열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반도의 봄’이 또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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