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외교 현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작 주목받아야 할 ‘민생’이 가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경제 현안인 ‘살림살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전통시장 상인과 청년, 노인을 만나 이들이 말하는 민생을 조명했다.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8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8

1분기 청년 실업률 ‘10.2%’

대졸 실업자 ‘40만명’ 돌파

“면접 봐도 떨어지기만 해”

“내집마련·결혼, 꿈도 못 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대학 졸업하고 2년 동안 취업이 안돼서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 경험으로 인턴까지 하게 됐는데 이제 곧 인턴 활동도 끝나서 다시 구직활동 시작하려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재취업에 도전한다는 김성규(가명, 29, 남)씨는 2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취업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를 비롯해 이날 만난 청년들은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이진아(가명, 24, 여)씨는 “면접을 많이 봤는데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면서 “주변에서 취업 안하느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할 말이 없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착 ‘경제 성적표’는 형편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청년 일자리 부분에서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 확연하게 대비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OECD 기준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올해 1분기 10.2%를 기록했다. 1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 실업률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도 9년 만에 최소 수준을 보였다. 이는 경기 훈풍에 따라 청년실업률이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주요 선진국과는 대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OECD 기준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올해 1분기 10.2%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게시판 앞에서 학생들이 공고물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OECD 기준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올해 1분기 10.2%를 기록했다. 사진은 25일 오후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게시판 앞에서 학생들이 공고물을 보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5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자리 구하지 못한 대학교 졸업자는 4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보유한 실업자는 지난달 40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7만 6000명이나 더 늘었다.

또한 5월 기준으로만 보면 4년제 대졸 학력 이상의 실업자 수는 2000년도 이래 가장 많았다. 1년 넘게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도 14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7.9%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의 현실을 느끼는 청년은 비단 김씨나 이씨만이 아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는 박성모(가명, 30, 남)씨는 “집안 사정상 취업이 필수인데 사실상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며 “정말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하는 자괴감도 든다”고 토로했다.

청년 취업의 문제는 대학졸업자에게나 예정자에게나 버겁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였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진호(26, 남)씨는 올해 4학년으로 졸업반이지만 사회에 나간다는 기대감보다는 취업의 무게에 날로 걱정이 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기 중에는 하루 6시간씩, 방학에는 하루 8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준비까지 병행하고 있다”면서 “남들은 ‘스펙이다 뭐다’ 준비하며 바쁘다지만 내겐 당장의 생계가 있다. 취업준비로 따로 하고 하는 게 있긴 하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성토했다.

정규직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재현(가명, 20대, 남)씨는 “지금까지 비정규직으로만 일을 하면서 4번이나 바꿨다”며 “말이 좋아 ‘청년 일자리 대책’이지 별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이나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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