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최근 한반도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의 정치·외교 현안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작 주목받아야 할 ‘민생’이 가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경제 현안인 ‘살림살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전통시장 상인과 청년, 노인을 만나 이들이 말하는 민생을 조명했다.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하지 않은 이들인 ‘쉬었음’ 인구는 195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령자에 속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84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5000명이 늘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인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8
[천지일보=이예진 인턴기자]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하지 않은 이들인 ‘쉬었음’ 인구는 195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령자에 속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84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5000명이 늘었다. 사진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휴식하는 노인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28

‘노인일자리 부족’ 한 목소리

일 쉬는 60대 인구 ‘84만명’

일용직 고용 상황 악화 영향

“건강한데 일 못하니 답답해”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이예진 인턴기자] “구청에서는 신청자가 많아서 내년까지 기다리라고 하지, 아침에 노가다(일용직)라도 구하러 가면 인력소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오지 말라고 하지, 정말이지 이리저리 치이는 기분이여….”

27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 앉아있던 박상선(가명, 60대, 남)씨는 최근 일을 구해본적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젊은 사람들도 일을 못 구해 난리인 세상인데 나 같은 늙은이가 일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라고 되물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를 비롯해 이날 만난 노인들은 한 목소리로 “노인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계층이 늘고 있는 가운데 노인층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하지 않은 이들인 ‘쉬었음’ 인구는 195만 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고령자에 속하는 60세 이상 인구는 84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 5000명이 늘었다.

고령층 위주의 쉬었음 인구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최근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의 상당수가 임시·일용직에 종사하지만 올해 1분기 임시·일용직은 607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18만 1000명이 줄었다.

상당수가 고령 노인인 초등학교 졸업 이하 계층의 실업률도 심각한 노인 일자리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초졸 이하 계층의 실업률은 6.7%로 전년(5.3%)보다 1.4%p나 상승했다.

초졸 이하 실업률이 6%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학력자를 중심으로 한 고용 악화현상은 최근 저소득 가구 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령층 일자리의 사정’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탑골공원에서는 구직활동을 벌였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노인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정부에서 일자리를 늘려도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래 노인과 담소를 나누던 강인봉(85, 남)씨는 “노인은 많은데 일자리가 적다보니 비교적 나이가 많은 80세 이상은 거의 일을 못 구한다고 봐야한다”며 “노인들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찾아가 일자리를 신청하지만 대부분이 얻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집에만 있는 것이 눈치 보여 공원에 나왔다는 김춘배(가명, 70, 남)씨는 “정부에서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준다고 해서 동사무소에 찾아갔더니 내년 2월까지 기다리라고 했다”며 “아직까지 팔·다리 전부 건강한데 일을 못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어렵게 일을 구했지만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노인도 있었다. 1년 단위로 새로 뽑는 구청 일자리의 특성상 내년에도 선정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구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3월부터 복지관 일을 시작했다는 조천구(70대, 남)씨는 “다른 노인에 비해 젊은 편이라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신청할 예정이지만 또 뽑혀서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노인이 많다”며 “정부가 나서서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팔각정에 앉아있던 김현철(가명, 69, 남)씨는 “청년들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이라서 많은 정책으로 도와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노인 일자리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청년에 비해 노인은 너무 소외되는 것 같다”고 쓴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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