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 감식을 위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 감식을 위해 현장에 들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서울시 최근 3년간 ‘방화’로만 33명 숨져

전문가 “방화 범죄 특성상 사전예방 어려워”

“소방설비·제도 강화해 피해 최소화 중요”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종로 여관’ ‘부산 고시텔’ ‘군산 주점’ 등 올해 들어 크고 작은 방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재산피해는 물론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이 극악무도한 범죄는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홧김에 벌어지는 방화를 미리 알고 대처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소방 설비에 대한 강화를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방화범이 주로 취약 계층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 사회 복지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 17일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인원 가운데 10여명은 위독한 상태로 전해졌다.

범인은 이모(55)씨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외상값이 10만원인데 주점 주인이 20만원을 요구해 화가 나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에는 부산 중구 부평동에 위치한 A고시텔(60평)을 태운 혐의로 윤모(60, 남)씨가 긴급 체포됐다. 그는 카드를 잃어버린 사실에 대해 같은 고시텔에 거주하는 김모(58, 여)씨와 다툼을 벌였고, 김씨가 카드를 찾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침대 이불에 불을 붙였다.

1일 오후 2시 30분께 윤씨가 홧김에 소지한 라이터로 불을 질러 자신이 거주하던 방이 불탄 모습.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
1일 오후 2시 30분께 윤씨가 홧김에 소지한 라이터로 불을 질러 자신이 거주하던 방이 불탄 모습. (제공: 부산경찰청)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

지난 1월에는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여관에 있던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여관에 불을 지른 피의자 유모(52)씨는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발생한 화재 사망자 104명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두 번째로 많은 요인은 ‘방화(33명, 31.7%)’였다. 가장 많은 요인은 ‘원인 미상(34명, 32.7%)’이었으나 방화 요인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방화현장에서는 연소촉진제(휘발유, 시너 등 가연성 액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주변인이 미처 대피하기도 전에 불이 빠른 속도로 번져 인명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 같이 심각한 피해를 일으키는 방화 범죄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방화범 대부분 내성적 성향, 사전 인지 어려워… 소방 설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내성적인 성향을 가진 방화범에 의해 갑자기 일어나는 사건의 특성상, 방화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예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소방시설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주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방화범들은 내성적인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방화를 통해 피해를 입힌다”며 “직접 공격을 못하겠으니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이는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공격성을 띤 사람의 경우 쉽게 알아볼 수 있고 주의할 수 있겠지만 방화범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며 “사전에 인지하거나 예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소방시설을 강화해 방화가 일어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군산 방화 사건을 비롯해 많은 방화 사건에서 건물의 스프링클러 등 소방 설비만 제대로 갖춰도 초기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다중이용업소의 경우 한 번 불이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특별법을 강화해 스프링클러 설비는 반드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20일 오전 3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만취한 50대 남성이 홧김에 불을 질러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여관 건물 1층에서 발생했다. 현재 용의자 유모(53)씨는 검거됐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장여관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0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20일 오전 3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만취한 50대 남성이 홧김에 불을 질러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으로 실려 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은 여관 건물 1층에서 발생했다. 현재 용의자 유모(53)씨는 검거됐으며 구속영장이 발부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장여관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0

◆“오래된 건물엔 소방법 무용지물”… 소방안전교육 평가시스템 도입 주장도

공 교수는 이번 군산 방화 사건과 관련해 소방법이 소급 적용돼지 않는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군산 화재 건물은 1940년대 건물이다 보니 개정·강화된 소방법의 규제를 받지 않았다”며 “이 같이 오래된 건물의 경우 이미 이전 법으로 허가를 받은 상태라 소방법이 개정·강화돼 소방 설비가 현행법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신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이 화재에 훨씬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소방시설의 보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소방법이 소급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화재 발생 시 불빛으로 비상구를 안내하는 ‘유도등’의 경우 연기로 인해 시야가 어두워지면 소용없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는 장치로 벽에 ‘유도선’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개정된 법 역시도 소급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 공 교수의 지적이다.

공 교수는 방화사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다중이용업소의 영업주와 건물주에 대한 소방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현재 영업주와 건물주가 소방교육을 받도록 시스템은 마련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교육장에서 잠을 자거나 딴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교육이수가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소방안전교육 평가시스템 도입을 통한 소방교육의 강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업주·건물주들의 소방안전 의식이 높다고 한다면 구태여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겠으나 아직까지 (소방안전 의식은) 낮은 수준으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정 이상의 수준이 안 되면 재교육 받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또 다중이용업소가 주간에는 문을 닫고 야간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소방점검업체의 점검을 피하게 된다면서 업소가 주간에 안전점검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관련법도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을 감식하는 가운데 경찰이 건물 출입구를 막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을 감식하는 가운데 경찰이 건물 출입구를 막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방화범 발생, 사회 안전망 부재로 봐야”

방화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사회 취약 계층인 경우가 많아 복지 제도 개선을 통해 빈부 간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방화는 취약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욱’하는 감정을 범죄로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사회 복지 제도를 개선해 빈부 간 격차를 줄이고 안정적인 사회로 나아간다면 이 같은 범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방화는 했던 사람이 계속한다. 즉 재범률이 상당히 높다”면서 “경찰이 이러한 방화범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방화 사건을 예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한 방화를 포함해, 범죄 유형별 데이터를 구축·분석하고 경찰 외부에서도 연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범죄 유형별로 예방 정책을 펴는 것이 잘 안 되고 있다”면서 “기본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자료를 만들고 활용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외부에 공개를 통해 연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천지일보 군산=김도은 기자] 소방당국과 과학수사대 등 합동감식반이 1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장미동 한 주점의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전날 오후 9시 53분께 이 주점에서는 이모(55)씨가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 3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당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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