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불법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관용 정책’으로 미국이 들끓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와 시민단체, 국제사회,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까지 “야만적인 일”이라며 지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들은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FP와 로이터 통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이민자 캠프가 되지 않을 것” “미국은 난민 수용시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그런 일을 허용할 수 없다. 적어도 내 임기 동안에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민을 수용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그들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관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 행정부는 국경에서 가족을 분리하는 정책을 만들지 않았다”면서 “달라진 것은 우리가 법을 어기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 대해 더는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도 미국보안관협회(NSA) 행사 연설에서 “우리는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을 불법적으로 이 나라로 데려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밀입국자들이 미국으로 넘어오기 위해 부모 행세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불법이민자 아동 격리를 둘러싼 비판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텍사스 주 불법이민자 격리시설과 아동 보호시설 등을 방문한 후 “아이들이 철사 울타리 뒤 수용돼 있다”며 짐승을 가두는 우리 같다고 우려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이민법 시행에는 찬성하지만 아이 격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팻 로버츠(공화·캔자스) 상원의원은 “이민법 시행을 강하게 지지하지만 부모와의 격리를 불법이민 억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벤 세스(공화·네브래스카) 상원의원도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인질로 잡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멜라니아 여사와 4명의 전 퍼스트 레이디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개입을 피해왔던 멜라니아 여사는 전날 이례적으로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대립하는 양쪽이 의견을 모아 성공적인 이민 개혁을 이뤄내길 바란다”며 “국가는 모든 법을 따라야 하겠지만 가슴으로 통치할 필요도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이어 로라 부시, 미셸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전 전 국무부 장관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7일 세션스 장관이 불법 이민자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공표하면서 이번 논란이 불거졌다. 세선스 장관은 “(미국)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어오는 모든 사람을 기소하라. 어린아이를 밀입국시킨 자도 기소하고 아이들은 법률에 따라 부모와 격리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앞서 아이와 함께 밀입국하다가 체포된 부모의 경우 일단 석방해 추방 절차를 밟았던 절차에서 석방하지 않고 연방법원에 기소하도록 바뀐 것이다. 문제는 이 때 자녀가 격리돼 미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지내게 한 점이다. 미국은 부모가 범죄 혐의로 체포됐을 때 부모와 자녀를 반드시 격리하고 있다.
불법이민자들 중 대부분은 중남미 출신이다. 자국 내 혼란과 폭력을 피해 미국행을 택한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들은 망명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는 망명 신청 후 일단 석방됐다가 최종심사 장소에 출석하도록 해왔지만 상당수가 자취를 감췄다며 트럼프 정부는 느슨한 접근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