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별관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교육센터별관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의 활동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운영 결과 발표

신고 36건 중 5건 인권위 진정사건으로 접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공동으로 구성·운영하는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특조단)은 19일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이 같은 내용의 특조단 운영 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은 지난 2월 ‘미투(Me Too)’ 운동으로 문화예술계 전반에 걸친 성희롱·성폭력 사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폭로된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문체부와 인권위가 협력해 지난 3월 12일부터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한 조직이다.

특조단은 24개 협회 및 단체 등 문화예술계 종사자 3718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여성 응답자 중 57%(2478명)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용형태는 프리랜서가 70.6%(2624명)로 가장 많았다.

성희롱 유형으로는 ‘음란한 이야기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41.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예술 활동과 상관없는 신체 접촉’ 등의 순이었다.

문화예술계 내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가 64.7%로 가장 많이 나왔고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인식부족(54.9%)’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을 대변할 공적 조직 미비(4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프리랜서 문화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률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8.2%로 가장 많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교육센터별관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운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교육센터별관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 운영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6.19

조영선 특조단 단장은 “문화예술계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 성희롱·성폭력 방지 부분에 취약한 업무구조가 있었다”라며 “문화예술계 전반적으로 성희롱을 가볍게 여기고 있는 점과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그 대상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조단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 상담센터’를 통해 175건의 피해사례를 접수받고 피해사례 중에서 36건을 조사했다. 이 중 5건은 인권위의 진정사건으로 접수해 구제조치 권고 2건, 조정 1건, 조사 중 해결 1건으로 조사를 종결했다.

접수된 주요사건 중에서 ‘A대 교수에 의한 학생 성추행건’은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의뢰와 A대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 및 성희롱 예방교육 등을 권고했다. ‘영화배급사 이사의 직원 성추행건’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및 특별인권교육, 사업주에게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예술계 B대학의 교내 성희롱 성폭력건’의 경우 재발방지 대책 미흡으로 관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 관리 감독기관에 감사를 의뢰했다.

특조단은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예술가의 지위 및 권리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 ▲성희롱·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공적지원 배제를 위한 법령 정비 ▲성희롱 예방조치가 포함된 표준계약서 마련과 의무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조 단장은 “이번 특별조사단의 결과는 우리사회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점”이라며 “미투로 인해서 일어난 많은 일이 지금 소강상태에 있지만 잠복기일 뿐, 우리 사회 성차별적 문화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계기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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