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 행사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무역 행사에 참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 받는 무역전쟁에 본격 돌입하면서 이미 겹악재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가 더 큰 충격을 앞두고 있다.

주요 2개국(G2)의 경제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다.

15일(현지시간)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500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1대1’ 수준의 보복 관세를 물리면 미중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기관의 루이 카위스 아시아 책임자는 “대단치 않은 수치이나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불확실성·리스크 증대가 기업 확신과 투자, 그중에서도 국가 간 투자를 짓눌러 세계 경제에 민감한 시기에 중국과 미국, 다른 국가들의 성장률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중국의 성장 둔화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중국은 1분기 6.8% 성장률을 보였으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보다 낮게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기관들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미국 경제를 보호하겠다는 명목하에 추진 중인 무역 정책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호무역정책의 미국 무역수지 개선 효과 보다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부담과 기업 심리 악화, 보복 관세에 따른 수출 타격, 금융시장 불안 등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대중 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관세 증가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직접 미칠 영향은 GDP의 0.1% 수준인 250억 달러에 불과하다면서, 문제는 기업신뢰와 금융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과 무역 관계가 있는 거의 모든 나라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곳곳에서 무역전쟁이 발생, 전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미국이 일으킨 무역갈등에 대해 “거시적 영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라며 “가장 영향을 받을 캐나다, 유럽, 독일이 보복에 나서면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불안감이 커진 이유는 경제 하방 압력이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는 와중에 무역전쟁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긴 침체의 늪을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를 겨우 접어든 세계 경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종료 받침 등 주요 선진국의 긴축 선회, 이에 따른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불안, 자본유출 위험 가중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파기와 산유국 생산 전망 변화에 따른 유가 변동성 심화, 유럽과 중남미, 중동 등 정국 혼란에 따른 불안까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그나마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G2 국가의 경기 회복세가 무역전쟁으로 둔화하면 다른 국가들, 특히 신흥국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깜짝 경제성장 회복은 다양한 역풍을 맞은 세계 경제에 큰 완충재 역할을 했다”며 “중국 성장 둔화와 미국 관세가 좋지 않은 때에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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