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주요 교단장들의 연합기구인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 후 탄생한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8월 16일 보수 개신교 연합단체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주요 교단장들의 연합기구인 (가칭)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는 두 기관의 통합 후 탄생한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가 진행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교회 연합기구 통합 추진 암초

이영훈 목사 “한기총 탈퇴” 압박에

한기총 27개 교단 “행정보류” 주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의 통합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한기총 내부에서 통합 불가를 주장하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기총 법인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데 대한 위기감이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일 한기총과 한기연, 한교총은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교회 통합을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기총 통합추진위원장 이태희 목사, 한기연 통합추진위원장 권태진 목사, 한국교회총연합 통합추진위원장 신상범 목사는 이날 한국교회 통합을 위해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세 연합기구 통합추진위원장은 “이제부터 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합과 일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교회 앞에 산적해 있는 여러 가지 대사회 및 대정부적으로 한국교회를 저해하는 제반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과감하게 물리치고 3개 연합기관이 조속히 하나 되도록 추진해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한기총과 한기연은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아니할 것이며, 한교총도 법인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합의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서명하며 한기총, 한기연, 한교총 3개 연합기관은 “분열과 갈등으로 하나되지 못함을 깊이 자성하고 회개하면서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하나 되고, 모든 교단이 하나 돼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지난달 1일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와 심포지엄’에서 찬양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학 목사(예장통합 총회장), 유충국 목사(예장대신 총회장), 전명구 감독(기감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지난달 1일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최이우 목사)에서 열린 ‘한국교회 3.1절 99주년 기념예배와 심포지엄’에서 찬양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학 목사(예장통합 총회장), 유충국 목사(예장대신 총회장), 전명구 감독(기감 감독회장), 이영훈 목사(기하성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1

이 소식이 전해지며 한기총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한기총 법인 존속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문구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기총 내부에서는 한기총으로 다른 연합기구가 흡수·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통합으로 인해 자칫 한기총 명칭이 사라지고 일부 교단들의 입지가 곤란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합의대로 통합이 진행되면 그간 회원자격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류광수 목사의 다락방이 가입한 예장개혁, 박윤식 목사의 평강교회, 김노아 목사의 성서총회 등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임원들에게 통합추진위원장이 서명한 합의 내용을 관철시키고 통합추진위원장과 위원 추대의 건을 다루려고 했으나 무산됐다는 전언이다.

이후 한기총 소속 27개 교단장과 단체장들이 즉각 성명을 내고 통합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영훈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영훈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DB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기총 정관 제3조(목적)에 의거해 종교다원주의(WCC)에 가입한 교단은 한기총의 회원교단이 될 수 없다”며 “종교다원주의와 혼합주의를 용인하는 교단과는 엄격하게 교류금지가 한기총의 정관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정관을 개정하기 전에는 한교총과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합과 관련해서는 한교총을 ‘임의단체’라고 평가하며 “한교총이 한기총과 진정으로 하나 되기를 원한다면, 개별적 가입과 한기총 정관 절차에 따라서 복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에 있어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기독교하나님의성회 총회장 이영훈 목사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이 목사는 오는 21일까지 기한을 정하고 한기총이 한교총과 통합하지 않는다면 탈퇴하겠다고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사실상 한기총은 기하성을 빼면 군소교단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이 목사의 압박은 총대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작용된다. 그러나 이번 성명을 낸 27개 교단장은 강대강으로 맞수를 뒀다. 이들은 이 목사에 대해 “한기총을 무시하는 몰상식한 언행”이라며 “시한을 정해 힘으로 협박하지 말고, 한기총의 정관과 절차를 준수하고 인내를 가지고 회원들을 설득하고 싫으면 한기총을 조용히 떠나면 되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 이 목사에 대해 “한기총의 정관 제3조(목적)과 운영세칙 제3조 제5,6항을 위법하고 종교다원주의자, 혼합주의들과 함께 활동하는 교단은 회원이 될 수 없다는 정관에 의거한다”며 “기하성교단과 총회장 이영훈목사가 한기총을 이탈한 임의단체의 대표회장으로서 활동하며 한기총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고 봤다. 이에 기하성교단에 행정보류를 결정해야 한다는 엄포를 놓았다.

교단장들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시 법적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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