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2018 남북 정상회담 시작… “한반도의 봄, 전 세계가 주목”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직접 도보로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면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이 시작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T2와 T3 사이로 도보로 넘어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MDL을 넘어올 것을 깜짝 제안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잠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가는 등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후 두 정상은 우리 전통의장대의 호위를 받으며 환영식장으로 도보로 이동 후 우리 의장대의 사열을 받고 본격적으로 회담에 돌입했다.

평화의집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적인 이 자리까지 11년이 걸렸는데, 걸어오면서 보니까 왜 이렇게 이 시간이 오기까지 힘들었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 발표돼도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이런 만남이 발전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마음가짐을 잘하고 의지를 모아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하려면 수시로 만나서 걸림이 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런 만감이 교차하며 100m를 걸어왔다. 이 자리에서 평화 번영의 출발점에서 평화의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으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 나가는 계기가 되자”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국민과 해외동포가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우리 둘의 어깨가 무겁다”면서 “김 위원장이 MDL을 넘어오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한반도의 봄’에 온 세계의 눈과 귀가 판문점에 쏠려있다”며 “오늘 우리 대화도 그렇게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온 민족과 평화 바라는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오찬과 휴식시간이 끝난 뒤 양 정상은 판문점 오른편에 있는 ‘소떼의길’에서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로 공동 기념식수를 한다. MDL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고,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은 대동강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물을 넣는다. 이어 도보다리까지 담소를 나누며 함께 산책할 계획이다.

북한 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는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00년, 2007년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모두 우리 측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방문해 이뤄진 바 있다.

지난 26일 2018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번 회담에 대해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핵심 의제에 집중된 회담”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의 남북 회담에서는 근본적으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려 했지만, 북한은 군사적·핵 무장의 이유를 미국을 겨냥하면서 남한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일정수준 이상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1차 정상회담에서는 ▲자주적 통일문제 해결 ▲남측 연합 제안·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 공통점 인정 ▲이산가족·비전향 장기수 문제 해결 ▲남북 경제·문화 협력 ▲합의사항 실천을 위한 당국 간 대화 개최 등의 내용이 담긴 6.15 남북공동선언문을 작성했다.

2차 회담에서는 ▲한반도 종전 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 추진 ▲북핵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 이행 ▲서해 공동어로구역 및 평화수역 설정 ▲남북 국방장관 회담 개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남북 정상 간 수시 협의 ▲1차 남북 총리회담 개최 ▲이산가족 영상편지 교환 및 상시 상봉 추진 ▲백두산 관광 실시 및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 ▲베이징 올림픽 남북응원단 경의선 열차 이용 참가 등이 담긴 10.4 선언을 끌어냈다.

이 두 선언은 기존 남북 당국이 군사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다루지 못하고 이후 보수정권이 들어서며 급격히 남북관계가 경색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은 5월 중순 한미 정상회담, 5월 말~6월 초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면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직접 논의한다.

대북 전문가들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의제는 단연 ‘북한의 비핵화’라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실장은 “근본적인 비핵화를 북미 정상회담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성공적으로 예상한다”면서 “상당한 타결과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본다. 다만 이 합의문 작성 때 명징성을 담아 합의문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면서도 “북한이 말로만 뭘 하는 게 아니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실천적 행동계획을 받아내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