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8일(현지시간) 시리아 반군 장악지역인 두마에서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들이 치료받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진상조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10일(현지시간) 부결되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이 군사옵션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은 이미 실질적인 군사공격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고문들과의 회의에서 시리아 정부에 대해 지난해 4월 미사일 공습 때보다 더 강력한 보복 군사 공격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날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최소 1대가 시리아 해안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시리아 인근 지중해 동부에는 이미 미 해군 구축함 도널드 쿡도 이미 동부 해상에 배치돼 있어 시리아 군사 작전에 참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에게는 군사적으로 많은 옵션이 있고 곧 여러분에게 알려주겠다”며 빠른 시일 내 군사 옵션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시리아 정권을 겨냥한 응징을 앞두고 있으나 앞서 밝힌 ‘미군 조기 철수’라는 기존의 입장을 바꿔 시리아 문제에 더 깊숙이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최종 격퇴와 정치적으로 안정된 정부 수립이라는 시리아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합의되거나 실행 가능한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서도 알아사드 대통령 대통령을 축출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세움으로써 ‘제2의 IS’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조지프 보텔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의회에서 ‘알아사드를 쫓아내는 게 여전히 미국의 정책 목표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WP는 또한 시리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서방과 충돌하는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견제도 트럼프 국방전략의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전했다.

시리아 군사기지에 대한 폭격을 결정하더라도 러시아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년 4월 시리아 폭격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미리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결정을 앞두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쟁 권한’ 논란도 불거졌다. 팀 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그는 대통령이지 왕이 아니다. 의회는 그가 어디에서든, 누구를 상대로든 전쟁할 수 있도록 한 백지수표를 더는 주지 말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가 우리 승인 없이 시리아를 친다면, 무엇이 그가 앞으로 북한이나 이란을 폭격하는 일을 멈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이 군사 응징에 나서면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이 적극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개국 정상이 시리아 정부와 그 후원자들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국제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도 다국적 군사 대응 방안에 무게를 두고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관련 “동맹인 미국·영국과 함께 전략적·기술적 정보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며 곧 결정 사항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방 국가들에 ‘강력한 공동의 조처’를 요구하면서 공동 군사옵션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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