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건물들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미세먼지로 폐 섬유화 생겨

정부, 중국과 협력 통해 해결

“수도권 중심 대책 문제있어”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1. 파마, 염색 등으로 화학약품 사용이 잦은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박경자(가명, 50대, 여)씨는 미용실의 고농도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돼왔다. 박씨는 그럼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활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병원을 찾은 그의 폐는 10%가량이 폐 섬유화가 진행돼 정상적인 사람보다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그는 “스프레이 염색약, 파마약, 드라이기를 쓸 때 공중에 날아다니는 미세먼지가 이 정도로 문제가 될 지 생각도 안 했다”면서 “건강을 잃고 나서야 그동안 실내 폐쇄된 공기 속에서 안일하게 생활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2. 오토바이를 통해 옷감 배달을 하는 김진수(가명, 40대, 남)씨는 미세먼지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직업적인 환경에 처해있다. 김씨는 미세먼지가 심해 공기가 탁해지면 예전에 없던 비염이 생겨서 항상 코가 맹맹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얼굴을 비비면 먼지가 느껴진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은 목도 칼칼하고 코 안이 시커멓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 대신 얼굴을 가린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 대신 얼굴을 가린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주말에 이어 한 주의 시작인 26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도 쉽게 눈에 띈다. 미세먼지를 피해 마스크를 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 ‘나쁨’ 일수는 늘고 있어 시민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지칭할 때 쓰이는 단위는 PM으로 쉽게 말해 PM2.5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 알갱이를 말한다. 보통 머리카락의 굵기는 대략 50~70㎛인데 비해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분류하기 때문에 지름이 10㎛보다 작으면 ‘PM10’으로 표현한다. PM2.5 이하는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로 분류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PM-2.5 농도는 서울 103㎍/㎥, 인천 96㎍/㎥, 경기 110㎍/㎥ 등으로 ‘나쁨(51∼100㎍/㎥)’ 이상을 보였으며 다음 날인 26일 서울, 인천, 경기남부·북부 모두 나쁨 단계가 이어졌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또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26일 오전 5시 발표한 ‘미세먼지·오존 예보 분석서’에 따르면 수도권과 강원 영서·충북은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보통’으로 전망됐다. 다만 그 밖의 권역에서도 오전과 밤에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3월 서울의 미세먼지(PM2.5) 농도 ‘나쁨(81∼150㎍/㎥)’ 발생 일수는 14일로 2015년(5일)과 2016년(2일)에 비해 9∼12일 증가해 점차 확장되는 추세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미세먼지가 심각한데 관련 대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돼 있어 전국 각지의 산업 단지와 각종 배출 산업장에 대한 규제가 전반적으로 강화되야 함에도 안 되고 있다”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토대가 돼야 신뢰성 있는 정책이 나오는데 정부가 이것에 대해 얼마나 진전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에 들어간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인근 교차로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이어 “정부가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하는 프레임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미세먼지에 대한 여러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미세먼지를 한꺼번에 없애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빈 환경부 푸른하늘기획과 사무관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수도권대기질종합대책을 2004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데 목표 전체의 1/3정도를 줄였다”면서 “이 같이 오염을 줄이는 것 자체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세먼지를 감소시키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단계적으로 환경오염 저감 실증 사업을 확장해 오염 물질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이동경로에 대한 한중일 연구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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