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대통령 4년 연임제’를 골자로 하는 3차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의 전반적인 내용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특히 지방분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경제민주화 내용까지 포함시킨 것은 ‘촛불 민심’ 이후의 시대적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리고 선거제도에 ‘비례성’을 강화시킨 것도 만시지탄이다. 정당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건은 역시 권력구조에 있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적시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1987년 개헌 시 5년 단임제를 채택한 것은 장기간 군사독재의 경험 때문”이라며 “우리는 촛불 혁명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었고, 국민의 민주역량은 정치권의 역량을 훨씬 앞서고 있기에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안정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의 설명에 굳이 토를 달 필요는 없다. 그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민주역량’과 ‘정치권의 역량’을 분리하는 태도에는 동의할 수 없다. 최근의 여야 각 정당을 질타하는 ‘정치적 발언’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 개헌안의 국회 발의를 앞두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개헌안을 브리핑하면서 ‘국회의 격’을 비난하는 것은 적절한 발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 4년 연임제’만이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전인수식 주장에 다름 아니다. 유럽의 내각제 국가들은 책임정치가 실종되고 국정운영이 난맥상태란 말인가. 책임정치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 것이며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지 ‘내 것만이 정답이다’는 주장은 독선에 다름 아니다. 그런 논리라면 현행 ‘5년 단임제’를 굳이 포기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관건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분화할 것인가에 맞춰야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야당은 대체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불행을 더 이상은 반복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의회정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여가자는 취지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의회정치의 발전을 막고 정당정치마저 왜곡시켜왔다. 의회와 정당에 ‘정치’가 제대로 들어설 공간을 만들자는 뜻이다. ‘못난 국회의원들’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십여년 앞을 보고 판단해야 할 권력구조 문제를 지금의 여론조사를 놓고 근거를 대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대통령 개헌안’의 신선한 비전과 미래 가치는 높이 평가하지만 핵심인 권력구조 문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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