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대에 오른 ‘미저리’ 숨 막히는 심리전으로 관객 매료시켜
[리뷰] 무대에 오른 ‘미저리’ 숨 막히는 심리전으로 관객 매료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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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조명·회전무대로 극적인 긴장감 높여

‘연극은 배우 예술’ 실감케 하는 배우들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 제임스 칸, 케시 베이츠 주연의 영화로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전에 없던 호러물의 탄생이라며 극찬했다. 바로 영화 ‘미저리(1990년, 감독 로브 라이너)’다. 지금 연극화된 ‘미저리’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소설·영화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이 작품은 베스트셀러 작가 ‘폴’과 그의 열광적인 팬 ‘애니’의 이야기다. 폴은 자신의 별장이 있는 시골 마을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한다. 평소 폴을 존경하고, 그의 소설 ‘미저리’ 시리즈의 애독자인 애니는 사고를 당한 폴을 구한다.

폴이 몸을 회복하는 동안 애니는 미저리의 마지막 시리즈를 읽는다. 애니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미저리 채스틴을 작가가 죽였다는 사실에 격분하고, 부상당한 폴에게 소설을 새로 쓸 것을 강요한다. 살해 위협을 느낀 폴은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새로 쓰기 시작한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연극 내용의 큰 틀은 소설·영화와 똑같다. 다만 ▲인물묘사 ▲인물 간 관계 ▲작품의 미장센에서 차이가 나타난다.

영화에서는 미스터리한 인물인 애니의 과거와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연극은 영화만큼 애니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객은 애니의 대사를 통해 그가 어릴 때부터 지독한 외로움 속에 혼자 지냈던 인물이라는 것을 유추해내야 한다.

연극은 직접적인 공포감을 조성하기보다 등장인물 간 심리전을 보여주며 스릴러의 묘미를 살렸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관계 변화 속에서 날 선 심리전을 펼치는 인물은 애니와 폴이다. 애니의 이상 성격이 드러난 직후 자신의 생명과 신작 소설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로 상황을 무마시키려는 폴, 그 모든 것을 간파한 애니의 신경전은 탄식을 불러일으킨다. 극 중반부부터 전세 역전된 폴과 애니의 행동 변화가 눈에 띄며, 후반부 두 사람의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애니는 마을 보안관 ‘버스터’와도 심리전을 펼친다. 폴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버스터는 애니를 범인으로 생각하고 포위망을 좁혀온다. 영화에서는 버스터의 수사 과정을 보여주며 애니에게 접근하는 버스터를 묘사한다. 버스터와의 첫 대면에서 애니는 폴의 실종 사건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극에서는 수사과정을 보여주지 않고, 애니는 폴의 실종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 수상함을 느낀 버스터는 여러 차례 애니를 찾아가는데 이 과정에서 애니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이 영화보다 잘 느껴진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영화와 연극에서 등장하는 미장센의 차이도 분명하다. 영화는 영상이라는 특성상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장치가 많다. 감금된 폴의 방 창문으로 보이는 날씨의 변화, 매일 매일 달라지는 폴의 옷을 통해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연극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알기 어렵다. 대신 무대 장치의 변화로 상황의 변화와 인물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애니의 본성이 드러날 때는 주황빛을 유지하던 조명을 파란빛으로 바꾸며 극의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킨다.

연출진은 집 한 채를 재현한 세트를 무대에 세웠다. 집 외부, 거실, 방 총 3면으로 구성된 세트는 상황·공간의 변화에 따라 회전하며 배경을 바꾼다. 긴장감이 높아진 극 후반에 무대를 활용한 연출은 연극의 백미다.

흔히 연극은 배우 예술이라고 한다. 영상과 다르게 한번 극이 시작되면 멈추거나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본 공연에서는 배우 김상중, 길해연, 고인배가 각각 ‘폴’ ‘애니’ ‘버스터’로 분했다. 세 사람은 연극이 배우 예술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지난 2월 13일 연극 ‘미저리’ 프레스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

김상중과 고인배는 실수나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드라마에서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많이 맡았던 김상중이 이번 연극에서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색달랐다. 길해연은 소품인 약을 떨어트린다거나, 말이 꼬이는 등 실수를 많이 했다. 그러나 그는 자연스럽게 떨어진 소품을 처리하고, 대사가 꼬인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말을 내뱉어 흥분한 연기로 둔갑시키며 배우의 관록을 보였다.

인물 간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긴장감을 높이는 무대연출, 실수가 나온 후에 적절히 대처한 배우들의 모습에서 흥미를 끄는 연극 ‘미저리’는 원작 소설과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에게는 차이점을 찾는 쏠쏠한 재미를 준다. 연극은 오는 4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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