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어처구니없는 전개… 시트콤 연상시켜

전 세대 익숙한 8090 가요 34곡 불러

가사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 커

[천지일보=이혜림·지승연 기자] 제목부터 1980~1990년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완벽한 복고의 옷을 입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인기 만화 ‘영심이(배금택 작가)’와 1981년부터 1994년까지 KBS에서 제작·방송된 음악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35세의 공연 기획자 ‘오영심’은 한때 인기스타였던 형부와 함께 8090 하이틴들을 위한 ‘젊음의 행진’ 콘서트를 준비한다. 한창 공연 준비를 하던 중 오영심의 학창시절 친구 ‘왕경태’가 전력회사 직원으로 나타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16년 전 고등학생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잠시, 공연장은 전력사고로 인해 어두컴컴해진다. 시작되지 않는 공연에 관객들은 온갖 야유를 보내고, 오영심과 왕경태 등은 콘서트를 진행하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의 매력 중 하나는 전개가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공연의 경우 보통 플롯이 촘촘하지 않으면 몰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뮤지컬 ‘젊음의 행진’ 만큼은 예외다. 천방지축, 실수 연발인 영심이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일상적이지 않다. 극 전개 과정은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TV 시트콤을 연상시키는데, 관객은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박장대소한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에서 복고의 매력을 살리는 요소는 총 34개의 음악이다. 배우들은 박미경의 ‘이유 같지 않은 이유’,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에 그대’ 등과 같은 댄스곡부터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 등의 발라드·포크송까지 당대를 대표하는 노래를 개사해 부른다. 그리고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던 시절 인기를 끌었던 H.O.T.와 젝스키스 노래도 배경음악으로 나와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공연에서 나오는 곡은 복고 콘셉트 TV 프로그램과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다. 또 후배 가수들이 드라마 OST와 리메이크 앨범을 통해 새롭게 선보인 바 있다. 이 때문에 주인공 영심이와 같은 세대가 아닌 관객도 무리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아울러 제작진은 장학퀴즈, 화학 공식 노래 등을 극 내용에 등장시키고 떡볶이 코트, 공중전화, 마이마이 등 당대를 떠올리게 하는 소품을 활용함으로 소소한 재미를 더했다.

유쾌한 웃음과 추억을 소환시키는 넘버로 관객을 사로잡는 뮤지컬임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의 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점이다.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의 이 작품에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배우들은 대사를 하면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주거나 춤을 격렬하게 췄다. 숨이 찬 배우들은 가사를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내뱉지 못했다.

음향팀의 미숙함도 취약점이다. 작품의 장면전환이 빠르고, 배우 간 넘버와 대사를 주고받는 틈이 짧은 만큼 마이크의 전원 전환도 빨라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 이에 마이크가 켜지지 않은 채로 노래·대사를 시작하는 장면이 많았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뮤지컬 ‘젊음의 행진’ 공연사진. (제공: ㈜PMC프러덕션)ⓒ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3

지난 16일 음향의 악조건 속 무대에 오른 배우들은 넘치는 흥과 끼로 아쉬움을 잠식시켰다. 이번에 3번째로 ‘젊음의 행진’에 출연하는 배우 신보라(오영심 역)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또 배우 김지철(왕경태 역), 한선천(상남이 역), 김세중(형부·학주 역), 정영아(담임 역), 최성욱(교생 역) 등 모든 배우들도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이 발을 구르게 만들었다.

넘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지만 작품은 아름답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며 추억여행을 시켜준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5월 27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