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포사이스 사무차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세이브더 칠드런에서 자신이 한 부적절한 행동으로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 모두의 이미지를 손상할 위험이 있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포사이스 사무차장이 지난 1월24일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바루칼리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모습. (출처: 뉴시스)
저스틴 포사이스 사무차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세이브더 칠드런에서 자신이 한 부적절한 행동으로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 모두의 이미지를 손상할 위험이 있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포사이스 사무차장이 지난 1월24일 방글라데시를 방문해 바루칼리 난민촌에서 로힝야족 난민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는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평화를 위해 목숨을 내걸고 황폐화된 땅에 달려간 국제구호활동가들. 이들 중 일부의 성 비위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자선·구호단체에 대한 감시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옥스팜을 시작으로 세이브더칠드런, 유니세프, 적십자사,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이어 영국의 유명 지뢰자문그룹까지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성 매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의 일요판인 더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인 지뢰자문그룹(Mag·Mines Advisory Group)은 지난 24일 직원 성매수 의혹과 관련해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단체는 “민주콩고공화국(민주콩고·DRC)에서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성을 매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충분한 조사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앞서 한 내부고발자는 지난 2011∼2013년 민주콩고에서 활동하던 이 단체 직원들이 상습적으로 성을 매수하는 모습을 목격해 적어도 세 차례 이상 책임자에게 보고했으나 무시됐다고 폭로했다.

지뢰자문그룹은 영국 국제개발부(DfID)로부터 재원을 지원받는 단체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부인이었던 다이애나비는 물론 그녀의 아들인 해리 왕자가 이 단체를 후원하고 함께 활동을 펼치기도 해 유명세를 탔지만 내부 보고를 은폐하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또한 이번 발표는 국제구호단체 직원들의 성범죄 사실이 알려지는 가운데 추가로 나온 내용이다.

시작은 구호단체 옥스팜이었다. 옥스팜 직원들이 2011년 구호활동을 벌이던 아이티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 이후 직원들이 원조를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조직 내 성희롱과 성폭력 관련 24건을 적발하고 직원 19명을 해고했다고 공개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사무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포사이스는 과거 성희롱 의혹에 결국 사임했다.

비영리기구인 톰슨로이터재단은 21개 주요 국제구호단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들 단체 직원 120여명이 성 관련 비행으로 해고되거나 직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ICRC)에서도 2015년 이후 21명의 직원이 성매매로 조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발표했다. 남수단 유엔 평화유지군도 24일 성명을 통해 일부 대원이 난민보호소 거주 여성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 해당 부대를 소환했다고 전했다.

국제구호단체의 성 비위 문제는 최근의 일이 아니다. AP는 2004~2007년에 9명의 아이티 어린이들이 최소 134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구호 분야 직원들과 유엔군이 아이티, 남수단 등 분쟁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AP통신이 지난해 기준 12년간의 유엔군의 아동 집단 성폭행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전 세계에서 유엔군과 유엔 직원이 저지른 성폭행과 착취 사건은 2000건이 넘는다.

기구 내 성범죄도 만연하다. 지난 1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엔 전현직 직원을 인용, 지난 5년간 15명이 성범죄를 경험했고 7명은 공식적으로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다고 밝혔다. 3명의 여성은 피해 사실을 신고한 후 강제퇴직을 당하거나 계약 해지 위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기구 내 성범죄를 자진해 밝히는 곳도 있지만, 은폐 시도가 여전한 이유 중 하나는 피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도움의 손길이 중단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옥스팜은 해당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감추기 급급하다 알려진 옥스팜 등의 경우 보다는 내부 감시와 이에 따른 처벌을 공개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하는 단체는 피해가 더 적으며 오히려 기구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구 내 교육과 감시, 가해 사실에 알맞은 강력한 처벌 등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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