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트리플 악재’에 먹구름
내달 한미 금리역전 가능성 커
미 통상압력 강화·GM철수 우려
무역수지는 72개월 흑자 이어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해 3%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올해도 그 가도를 힘차게 이어가던 한국 경제가 미국발 ‘트리플 악재’라는 대외변수라는 암초를 만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20일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국 정책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최근 급속히 확산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분위기라 내달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양국 정책금리는 역전되는데,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미국이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GM 철수 우려 등의 돌발변수까지 한국 경제에 악재로 등장했다.

우선 가장 큰 우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예상보다 빨리 올려서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발작) 때와 같이 신흥국 자본유출이 재현되는 것이다. 미 금리인상은 올해 3회 전망이 대세였는데 최근 4회 예상이라는 전망이 급증했다. 1월 미 고용 지표 호조에 금융시장은 물가상승률 상향으로 인해 추가 금리인상을 예상했고 이는 채권금리 급등과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두 번째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연 1.50%로 유지한다는 전망이 유력하다.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거란 예상도 거의 없다. 경기와 물가 등을 봤을 때 추가 인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해 3%대 성장세를 회복했지만 예전에 비하면 강하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체감경기는 미지근하고 성장 온기가 전파되는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물가가 받쳐주지 않는다. 한은은 1월 금통위에서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지난 전망 때 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서 근원인플레이션율이 본격 반등하는 시기가 하반기로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경제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 등으로 민간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내수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미 통상압박이 확대되며 한국경제를 이끄는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은 지난달 태양광전지와 세탁기 수입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한 데 이어 한국 등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최고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GM이 군산공장 폐쇄 카드를 꺼내들어 경제에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올해 금융·외환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한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만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주요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왑 체결을 통해 대내외 충격흡수 능력도 탄탄히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주, 중국 등과의 통화스왑 계약을 연장하고, 최근에는 캐나다, 스위스와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도 여러 나라와의 통화스왑 네트워크를 넓혀 금융안전망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외환보유액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국제결제통신망에 대한 보안조치 강화 등 외화자산 운용 관련 전산시스템의 보안성을 제고하고, 신규 유동성 리스크 지표를 도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체계를 개선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무역수지는 원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반도체 분야 상승세가 수출을 주도하며 72개월째 흑자를 이어갔다. 수출입 규모는 2016년 11월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18년 1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보다 22.3% 증가한 492억 달러, 수입은 21.1% 증가한 456억 달러를 기록, 무역흑자 규모가 36억 달러에 달했다. 수출에서는 반도체가 52.9% 늘어나는 등 호조를 보였고, 석유제품(28.8%), 승용차(14.3%), 선박(13.4%) 등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자동차부품(7.4%), 가전제품(2.8%) 등은 감소했다. 수입에선 소비재, 원자재, 자본재 모두 증가했다. 특히 승용차는 지난해 2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고 원유가(22.7%) 상승이 수입액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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