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장례문화 관련 공식 입장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천주교 내 장례 문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질의문답형식으로 정리해 30일 발표했다. 장례 시 시신에 대해 화장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서 유골 보관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다음은 일문 일답.

- 그리스도교의 장례는 어떻게 치러야 하나.

교회는 죽음 너머 영원한 생명을 희망하며 죽은 이의 부활이라는 신앙을 잘 드러내는 매장을 전통적으로 장려한다. 그러나 육신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교 교리를 부정하지 않는다면 화장도 허락한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교황청 신앙교리성 훈령’의 한국 교회 적용 지침 2항 참조).

- 화장을 하고 남은 유골을 뿌리거나(산골) 집에 보관할 수 있는가.

가톨릭 교회는 유골을 허공이나 땅이나 바다 등의 장소에 뿌리거나 집에 보관하는 일을 허락하지 않는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 교회가 산골을 금지하는 이유는.

죽음으로 영혼이 육신에서 분리되지만 부활 때에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육신에 썩지 않는 생명을 주시며, 이 육신은 우리의 영혼과 다시 결합하여 변모될 것이라는 믿음이 우리의 부활 신앙이다. 따라서 부활할 육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하여 산골을 금지한다.

- 하느님께서는 세상 어디에나 계시는 분이신데, 유골을 세상에 뿌리는 것은 죽은 이를 하느님의 품에 다시 맡겨 드리는 행위가 아닌가.

하느님께서는 세상 어디에나 계시지만 세상을 초월하여 계신 분이시다. 죽은 이를 세상과 일치시키려는 범신론적 사고에 입각한 산골은 하느님의 존재도 받아들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분께서 세상을 초월하여 계신다는 신앙을 부정하는 것이다.

- 자연을 섭리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라면, 자연에서 나온 사람을 다시 자연에 맡기는 산골 행위는 괜찮은 것 아닌가.

유골을 소중하게 모시지 않고 뿌려 버리는 산골 행위는 자연을 초월하여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 행위가 아니라, 하느님을 자연 안에만 얽매여 계시는 분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산골은 자연주의 사상의 표현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으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허무한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이 아니라 저세상에 희망을 두고 있는데 산골이 왜 잘못됐나.

사랑하는 이의 유골을 흩어 버리는 행위는 세상을 조금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세계관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산골은 세상이 덧없어 유골을 보관하지 않고 버린다는 허무주의적 표현으로 오해될 여지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 그리스도인으로서 수목장은 해도 되는가.

자연장(수목장 포함)은 거룩한 장소인 묘지 공간에 마련된 수목, 화초, 잔디 등에 화장한 유골을 함에 담아 묻고 추모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고인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나 표식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스도교 부활 신앙에 반대되는 이유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면 허용된다(‘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 6항 참조). 그러나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행위는 산골로 여겨 교회는 허용하지 않는다.

- 만일 유골 장례를 치르고 난 뒤 그 유골의 봉안 기간이 지났다면, 그때에는 산골을 해도 되지 않을까.

봉안 기간이 지난 유골도 산골을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적당한 안치소에 이름을 표기하고 매장하여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