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천지일보=박완희 기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3

재판부 “평등·차별 금지에 대한 헌법 원칙에 어긋나”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前) 대통령 비서실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23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27일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 180일 만에 다시 구치소를 들어가게 됐다.

함께 기소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은 1심과 같이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국가는 문화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문화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채택함에 있어 문화 정책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특정 개인이나 특정 문화현상을 우대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 지원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문화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아니할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문화의 자율성과 불편부당의 원칙, 관용과 중립성의 원칙, 무엇보다 평등과 차별 금지에 대한 헌법 원칙에 반해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선 “민간보조금 TF를 구성해 지원배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했다”면서 “그 결과 작성된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 위법한 지원배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데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해 “김 전 실장 등과 순차로 의사결합을 이뤄 기능적 공모관계를 형성했다”며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공모에 가담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이 관리방안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건 지원배제를 포괄적으로 승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법령에 관해 김 전 실장 등과 순차적으로 의사결합을 이뤄 공모관계를 형성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재판을 마친 후 김 전 실장 측은 기자들과 만나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지시하고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고,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에선 유죄 판결을 받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