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을 하는 데 적기는 없다.” 애플이 15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마틴 루터 킹 데이’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킹 목사의 어록. 이날 미국 전역에서 킹 목사의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
“옳은 일을 하는 데 적기는 없다.” 애플이 15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기념하는 ‘마틴 루터 킹 데이’를 추모하기 위해 올린 킹 목사의 어록. 이날 미국 전역에서 킹 목사의 추모 행사가 이어졌다. (출처: 애플 홈페이지)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기리는 기념행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열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 싼 인종차별 파문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킹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은 연방 공휴일로, 올해는 킹 목사가 암살당한 지 50주년이기도 하다.

킹 목사가 생전에 평소 설교했던 고향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서는 수많은 신도가 모인 가운데 공식 기념행사가 진행됐으며 추모행진도 미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거지소굴(shithole)’ 발언으로 촉발된 인종주의 논란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뉴욕에서 열린 기념행사엔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 빌 더블라지오 시장, 민주당 척 슈머·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등이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수도 워싱턴DC의 기념행사에 참석해 ‘사악한 시대’라고 규정지은 후 “우리의 대통령이 권력을 갖고 인종주의를 실천하고 부추기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개인별장인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았다.

미 ABC뉴스는 골프장을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일정이 대통령의 전통을 깼다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이 기념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킹 목사를 기린 연설 영상을 게재한 백악관 트윗을 리트윗했다. 이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킹 목사의 꿈은 우리의 꿈이다. 그것은 아메리칸 드림이기도 하다”며 “그것은 우리나라의 바탕을 수놓고, 우리 국민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그리고 인류의 영혼에 쓰인 약속”이라고 킹 목사를 추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킹 목사의 조지아 주 애틀랜타 출생지를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하는 데 서명했으며, 마라라고로 떠나기 전 킹 목사의 조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날’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들이 봉사활동과 흑인 성직자들과의 오찬 등 킹 목사의 삶을 기리기 위해 활동한 데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에 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마틴루터킹데이를 맞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 앞에서 아이티 이민자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맞은 편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오른쪽)이 와 다툼을 벌였다. (출처: 뉴시스)
15일(현지시간) 마틴루터킹데이를 맞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 앞에서 아이티 이민자 수백명이 시위를 벌였다. 맞은 편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오른쪽)이 와 다툼을 벌였다. (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내고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 앞에서는 아이티 이민자 수백 명이 몰려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고국 깃발을 흔들며 “우리나라는 ‘거지소굴’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맞은 편에선 소수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공익적인 활동이나 지역사회 봉사’를 하면서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날을 기념하라고 한 자신의 요청을 스스로 무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이민개혁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인종주의 논란이 확산하자 14일 기자들에게 “난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난 여러분이 인터뷰한 사람 중 가장 덜 인종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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