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면이 이어온 역사, 침탈과 수모의 역사, 기나긴 봉건주의, 독재정권, 군사정권을 넘어 이제 자유민주주의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은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아니 주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뒤돌아보면 참으로 아찔한 과거를 간직하고 있다.

이제 아픔은 다 지나간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를 못하다. 60년 전 우리는 동족임에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피를 요구했다. 그 결과 형제의 흘린 피는 강이 되어 흘렀고, 그 주검은 산이 되어 높아만 갔으며, 그 영혼은 한이 되어 지금도 구천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상잔(相殘)이 남긴 사연과 애환은 오늘 이 시간도 조금도 나아진 것 없이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우리 곁에 그대로 있다.

평화협정이란 이름하에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한쪽은 철의 장막을 치고 지구상에서 가장 낙후되고 비참한 나라로 전락해 동포들은 노예가 되어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쪽은 참혹한 폐허 속에서 다시 시작해 60년이 지난 오늘 세계 정상을 향한 진보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긴 시간 선조들이 겪어온 고난과 질곡의 역사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동포가 하나 되고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60년 전 동족이 동족의 가슴에 총과 칼을 들이대야 하는 비극적 추억을 간직한 채 지금 이 순간까지 그 아픔과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인류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비극은 전장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젊은이를 포함 240만이 넘는 희생자를 요구했고, 단일국 전쟁으론 16개국을 포함 물류지원국까지 온 세계가 동참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전쟁의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 예로 참전용사 16개국 중 하나인 미국은 육․해․공 참전용사 5,720,000명에 전사자 54,246명, 부상 103,284명이란 엄청난 희생의 기록을 남겼다.

이름도 모르는 나라,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세계는 동방의 작은 나라를 도왔던 것이다. 그 날의 그들의 피 흘림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빚진 나라다. 이제 그 빚을 갚아야 한다. 꼭 참전국에만이 아니라 인류의 평화공존을 위해선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

어찌 그뿐인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수는 약 767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분단을 직접 경험한 1세대는 123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55마일 철책선은 오늘까지 작은 나라 한반도의 허리를 두 동강낸 채 동과 서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리고 요지부동이다.

신께서 우리에게 내린 저주인가, 아니면 버림받은 것인가. 아니다, 반전의 역사를 꾀하려는 신의 뜻일 게다. 축복의 주인공이 겪어야만 하는 관문이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잘 참고 견뎌 왔다. 믿음으로 버티었다. 그래서 예비된 축복은 우리의 몫이었다. ‘모든 길은 로마로…’ 이제 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슬로바키아와 이태리의 명운을 건 한판 승부, 또 유럽을 호령하던 강호들은 그야말로 맥없이 전장에서 쓰러지고 사라지는 현실을 우리는 정확히 보고 있지 않은가.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러고 보니 일찍이 우리 민족은 황금시기의 주인공이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연고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찬란했던 문화는 역사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제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인도의 성인 타고르는 바로 이 날을 이렇게 축복 예찬했다.

그 등불이 바로 이 순간 우리에 의해 켜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용서하고 화합하자. 그리고 남과 북도 동과 서도 모든 것이 하나 되자.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임을 깨닫자. 편협과 편견, 이기와 시기, 분열과 다툼도 제발 끝내자. 대립보다 화합과 상생의 물꼬 트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그 화합의 터 위에 우리부터 하나 되어 하나의 지구촌시대를 준비하고 열어가자.

이번 6.25 60주년을 맞아 다가오는 명운은 ‘세계는 코리아로 코리아는 세계로’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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