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에서 한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에서 김효석씨(오른쪽)가 유모차를 끌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노동부, 남성 육아휴직 장려
현실은 눈치에 휴직 어려워
육아휴직해도 女중심 인프라
남성휴게실·가족수유실 요구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아무래도 회사에서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쓰려고 하면 눈치가 많이 보이죠. 상사한테도, 동료들한테도 그렇고요. 과감하게 용기를 내지 않으면 힘들어요.”

회사에서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제1호’였다는 한광현(46, 남)씨는 아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멈춰 세우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육아에 대한 남성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정부도 ‘남성육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남성들의 육아 휴직 기간·급여, 배우자의 출산 휴가 정책이 확대됐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들은 주변 시선 때문에 육아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는 1일 가족, 친구, 연인 등으로 붐비는 서울 중구 서울로7017을 찾았다. 새해 첫날을 맞아 이곳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가는 부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씨는 “용기를 갖고 육아휴직을 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며 “육아휴직을 끝내고 돌아왔지만 나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이 곱지 않게 느껴졌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그는 “육아휴직을 한 번 더 쓸 수 있는데 눈치가 보여서 아직까지 사용을 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에서 한 부부가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로 7017에서 김삼주씨(왼쪽)가 아이를 안고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1.2

가족과 함께 나온 김종성(가명, 48, 남)씨는 “대기업이나 관공서는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예전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회사 내에서는 눈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육아휴직은 일반기업에서는 사용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며 “정부의 복지정책이 관공서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들에게 전해질 수 있게끔 낙수효과가 잘 발휘돼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꼬집었다.

‘육아하는 아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기저귀 교환대, 수유실 등 도심 곳곳에 위치한 육아 시설·인프라가 부족해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고 있던 조종훈(36, 남, 서울 관악구)씨는 “기저귀 교환대가 여자 화장실에만 있어 불편하다”며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수유실이 있는데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과는 한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들이 분유를 먹이는 것도 수유에 해당한다”며 “수유실 시설이 좋은 곳에 가면 칸막이가 설치돼있다. 앞으로 칸막이를 많이 설치해 남성들도 들어가서 수유를 하고 휴게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올 6월쯤 여유가 있다면 한 달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예정”이라며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아이와 함께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김삼주(46, 남, 서울 중구)씨는 여성 휴게실뿐 아니라 남성 휴게실이나 가족 수유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이 자주 이용하는 수유실처럼 남성도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남성 휴게실이나 가족 수유실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남성의 육아휴직 지원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남성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2022년까지 기존 유급 3일에서 10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한 지난 2014년 도입된 ‘아빠의 달’ 제도도 내년 7월을 기점으로 강화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 2019년 이후 육아휴직 기간 1년 가운데 첫 3달을 뺀 나머지 9개월간의 육아휴직 급여가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50%(상한액 100만원→120만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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