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나를 말해주는 도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신발은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추위와 이물질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신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이 있듯 신발은 단순히 발을 보호해 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한 사람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콩쥐팥쥐>뿐만 아니라 유럽 <신데렐라> 등 신발을 주제로 하는 구전 및 동화가 많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신발을 잃어버리지만 다시 찾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소녀가 주인공인 동화에서 등장하는 신발은 자신을 증명하는 증표인 동시에 신분을 상승시키는 도구로 표현된다.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도 신발은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의 발자취를 담은 기록을 이력(履歷)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履)는 신발을 뜻한다. 취업을 위해 쓰는 이력서(履歷書)에는 ‘신발을 신고 걸어온 기록’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신발이 한 사람 자체를 상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화 속 여주인공들은 낡은 신발로 착하게 산 ‘이력’으로 큰 상을 받게 된다. 콩쥐와 신데렐라의 낡은 신발은 꽃신, 유리구두로 보상받으며 더 나아가 인생을 바꾼다. 이는 취업 준비생이 이력서 합격 통보를 받고 취업을 하는 순간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농경사회였던 우리 사회에서 짚신이 가장 오래됐다. 짚신은 1910년 개화기 전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신었던 신발이었으나 신분에 따라 왕과 귀족은 가죽신인 갖신이나 금동 신발을 신었다.

옛 우리나라 스님의 신발은 짚신이 기본이었다. 살육을 금하는 불교의식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일지라도 밟지 않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유로 스님은 올을 듬성듬성하게 꼬아 짚신을 만들었다.

현대에 들어와 스님의 신발은 고무신으로 바뀌었다. 이때 고무신은 스님들에게 검소와 무소유 정신을 그대로 나타낸다. 스님들이 처음 출가할 때 가장 먼저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새 고무신을 신는다. 고무신은 수행자의 이력을 보여주는 상징인 셈이다.

오늘날의 신발은 계급을 나타내기보다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더불어 재질 역시 다양해 용도와 취향에 따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신발을 신어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인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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