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의 법정 시한이 사흘 남은 가운데 여야가 치열하게 예산전쟁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429조원에 달하는 정부예산 가운데 소관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공무원 증원예산, 일자리 안정자금, 건강보험 재정 예산을 비롯한 6대 쟁점들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협상했으나 입장이 첨예하게 갈라지다보니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진다. 다음달 2일전에는 원내대표들이 최종 협상에 나선다는 것인데 현 상황으로서는 잘 타결될지, 불발이 될지 안개속이다.

여야가 핵심 사안을 좀처럼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특수기관의 특별활동비에 대해 삭감에 동의한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내년도 국가정보원 예산만 따져볼 때에 국정원은 올해보다 300억원 가량 증가된 1조 3000억원을 편성했고, 그중에서 특활비 예산은 4900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특활비 가운데 임의사용이 가능한 1000억원 가량 삭감한바, 여기에는 국정원장 몫의 특활비가 3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위원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특활비 상납 의혹에 부담감을 느끼고 대폭 삭감에 나선 것이다.

특별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수집 및 수사 등의 국정활동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하며, 일부 국가기관에서 사용되는 예산이다. 말썽이 난 국정원에만 있는 게 아니라 국방부, 법무부, 경찰, 감사원에도 있고 심지어 국회에도 있다. 명목을 가리지 않고 영수증 처리가 없는 특활비는 기관이나 공직자들이 보기에는 눈먼 돈이나 다름없다. 국민혈세로 충당되는 이 돈이 때로는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불법의 온상이 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특활비가 국가기관의 운영에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엉뚱한 곳에, 허투루 쓰인다는 점에 있다. 현재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 건을 비롯해 과거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이 돈으로 가정 생활비로 지출하거나 자녀 유학 자금으로 사용한 적도 있었던 만큼 부정 사용한 그 비리들은 정부, 국회에 고루 퍼져있는 것이다. 여야가 예산국회 막판에 현안들을 조정해 법정 시한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혈세가 함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특별활동비는 엄격히 제한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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