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상태 좋아?>에서 개그맨 안상태가 극중 인물 지하철 외판원인 안어벙을 연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웃음으로 치료 받으세요”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에 웃음 한 번, 그들이 펼치는 이야기에 웃음 두 번. 그리고 무대에 올라 수줍게 또는 대담하게 말하는 관객 모습에 배꼽을 부여잡는다.

<상태 좋아?> 무대배경은 한 심리상담소다. 정신과 의사에게 찾아오는 4명의 인물들은 어딘가 심상치 않다. 트랜스젠더 안상순부터 지하철 외판원 안어벙, 버림받은 누렁이(강아지), NAN 안대기 기자까지 각자 고민을 안고 상담소를 찾는다.

극중 인물들은 낯설지 않다. 친근하다 못해 그들 얼굴만 봐도 웃기 일보 직전이다. KBS 2TV <개그 콘서트>에서 이미 선보였던 캐릭터를 모았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그는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고 담백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에는 큰 대형화면이 설치됐다. 화면에는 이들이 집 밖을 나서는 것부터 상담소를 들어서기 전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영상은 핸드헬드 카메라(사람이 직접 들고 촬영하는 카메라) 기법을 이용해 각 인물의 시선에 맞춰져 이리저리 흔들린다. 누렁이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안상순이 지나가는 행인으로 등장하는 등 다른 극중 인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면에는 이들이 가슴앓이를 하는 원인이 짤막하게 소개된다. 영상에서 이들이 상담소에 다다른 순간 무대 위 문이 빠끔히 열린다.

무대 위에서 1인 5역을 해내는 안상태(32)는 그야말로 바쁘다. 말짱한 정신과 의사였다가 트랜스젠더 안상순으로 바뀐다. 안상순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색으로 꾸몄다. 곱디고운 안상순은 사귀던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받은 후 병원엘 찾았다. 상대방이 자신을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것에 분노와 좌절감을 느낀 안상순. 때문에 모든 여자들은 그의 적이다. 그는 곧 관객석에 앉은 여자들을 향해 불편함을 드러낸다.

나머지 세 명도 마찬가지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관객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는 동시에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하지만 안상태가 바쁜 것은 단순히 1인 5역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다. 연출 각본 촬영 편집 등 공연의 전 과정을 손수 작업했기 때문이다. 화면에 올라가는 멘트와 삽입 음악뿐만 아니라 조명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상황이 이러니, 연극을 하는 그에게 러닝타임 1시간 30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때문에 극이 끝에 다다를수록 땀에 젖은 안상태를 볼 수 있다. 열정적으로 극에 임하는 그에게 그저 응원하고 싶을 뿐이다.

상담을 받은 그들은 고민을 말끔히 해결하고 각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 평소 랩을 좋아하는 안대기 기자는 결국 클럽에서 멋진 랩퍼로 변신, 기립한 관객과 함께 랩으로 극을 끝맺는다.

<상태 좋아?>는 ‘개그맨 안상태가 좋으냐’ ‘정신 상태가 좋으냐’라는 이중 의미를 담고 있다. 극을 본 관객은 온전해진 정신 상태로 안상태를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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