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맨 안상태 (사진제공: 레드펌킨)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무대에서 내려온 그는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가쁜 숨을 내쉬는 그를 보면 지칠 법한데 전혀 힘든 기색이 없이 여유로운 미소를 띤다.

최근 개그맨 안상태를 브라운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연극 <상태 좋아?>에서 개성이 독특한 다섯 명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펼친다. 트랜스젠더 안상순부터 지하철 외판원 안어벙, 버림 받은 누렁이, NAN 안대기 기자와 이들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까지 그가 맡은 역할은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무대서 한 템포도 쉬지 않고 달린다.

“현대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하나 정도 안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힘들다는 거죠. 제가 준비한 극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연극 <상태 좋아?>에 등장하는 인물은 낯익다. 안상태가 KBS2 <개그콘서트>에서 선보였던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등장인물들에게 상처를 하나씩 부여했습니다. 이들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넋두리를 늘어놓으면서 가슴앓이 하는 부분을 치유합니다”며 “동시에 개그와 웃음이라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관객은 자연스레 자가 심리치료를 하게 되죠”라고 말했다.

극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그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은 없다. 기획제작부터 연출, 조명, 연기, 랩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안상태는 지금으로부터 약 5개월 전, 문득 연극을 하고 싶었단다. 그것도 홀로 무대에 서고 싶었다. ‘혼자서 어떻게 극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에 ‘심리치료 1인 사이코 코미디극’이 번뜩 떠올랐다.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즉시 실행에 옮겼다.

1인 다역을 할 만큼 끼가 많은 그지만 사실 부모님이 걱정할 만큼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다. 학창시절 손들고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그가 천연덕스럽게 대중을 웃기는 개그맨이 됐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안상태. 그래서 그는 무명시절, 4년간 길거리 공연을 펼쳤다.

“안어벙처럼 어벙한 면이 있는 등 극중 캐릭터마다 저의 실제 성격이 묻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캐릭터 개발을 위해 그는 사람들을 관찰한다고 한다. 음료수는 마시는 할아버지, 거리를 걷는 연인 등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양해 관찰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그에게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상대방에게 더 큰 웃음을 주는 데 욕심을 내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 역시 ‘웃음’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데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편안함과 친근함으로 대중에게 시나브로 다가가는 그. 대중은 하나같이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제 이름을 걸고 시작한 연극 <상태 좋아?>. 안상태는 이 극을 60~70세까지 이어가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지금의 캐릭터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가공해 관객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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