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3월16일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현대화 과업을 제시했다며 노동신문이 4일자에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출처: 뉴시스)

“날강도 앞에서 무릎 꿇으라는 파렴치한 궤변”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북한을 전제조건 없이 비핵화협상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북한이 “꿈도 꾸지 말라”며 일축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4일 ‘적반하장의 극치, 얼빠진 망상을 거두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미국이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정책을 철회할 데 대한 우리의 정당한 주장과 그에 다른 원칙적 요구를 그 무슨 ‘전제조건’으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포악하게 달려드는 날강도 앞에서 주먹을 풀고 무릎을 꿇으라는 것과 같은 파렴치한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은 또 “조선은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공화국의 최고 이익과 인민의 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를 놓고 절대로 흥정하지 않을 것이며, 그런 대화와 협상에는 추호의 관심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핵 무력 완성의 종착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요구를 ‘얼빠진 망상’으로 빗대고 “우리와의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전제조건 없는 비핵화 대화 요구를 일축한 것은 핵, 미사일 무력 완성을 통한 핵보유국 지위 획득 후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북한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1일 미국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배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뒤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지위를 인정하게끔 하면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18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협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목표는 압박 노력을 통해 북한이 전제조건을 달지 않고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강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한다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순방 5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경제, 외교적 고립을 계속해 그 정권의 수뇌부에게 대량살상무기의 추구가 북한을 더욱 안전하지 않게 하며, 따라서 비핵화를 시작하는 게 이익이라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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