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절 이오덕(왼쪽)과 권정생 (제공: 티위스 컴퍼니) ⓒ천지일보(뉴스천지)

연극 ‘오래된 편지’… 오는 11월 23일 개막
동화적 분위기·비판적 시선 한 작품에 담겨
어린이·어른 함께 즐기며 볼 수 있는 공연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아동 문학가 이오덕(1925~2003)과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이 30년간 주고받은 편지 내용이 연극으로 공개된다.

연극 ‘오래된 편지’가 오는 11월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이오덕은 43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일본어 문체에 물들어버린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잡는 교육에 힘써왔다. 저서로는 ‘우리글 바로쓰기’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이오덕의 일기’ 등이 있으며, 한국아동문학상(1976)·단재상(1988)·은관문화훈장(2002)을 수상했다.

권정생은 ‘강아지똥’ ‘몽실언니’ ‘한티재하늘’ 등 아동을 위한 동화·동시·산문 등을 집필했다. 평생을 모은 돈을 기부해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오덕과 권정생의 인연은 1973년부터 시작됐다. 권정생의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신춘문예에 당선된 소식을 접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이오덕이 권정생을 찾아갔다. 이들은 2003년까지 30년간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 중 1986년까지의 편지는 2003년에 잠시 책으로 나온 적이 있으나, 이오덕 선생의 유족과 권정생 선생의 뜻에 따라 절판됐다. 권정생 선생은 자신이 죽고 나서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책으로 펴내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오덕 선생 사후 12년, 권정생 선생 사후 8년이 지난 2015년이 되어서야 이들의 편지 내용이 세상에 공개됐다.

연극은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는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이었다. 둘은 부조리한 시대와 싸우며 아동문학과 올바른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한다. 이오덕은 권정생의 후견인이 돼 직접 출판사를 돌아다니며 무명작가 권정생의 작품을 알리는 데 힘쓴다. 나이가 들어 권정생은 유명한 작가가 됐지만, 이오덕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갈등한다. 권정생은 정작 이오덕이 아플 때 찾아가 보지 못하는 것을 괴로워한다.

초등학교 교사와 아동 문학가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작품도 연극에 녹아들었다. 연극은 동화적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어른의 시각으로 전개된다. 작품의 제작진은 “두 주인공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품의 정서와 메시지가 상반된다”며 “성인 관객들이 가진 순수함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사람의 작품 안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담겨있다”며 “연극은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관람해도 좋은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 연극 ‘오래된 편지’ 공식 포스터 (제공: 티위스 컴퍼니)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