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16일 한국교회연합과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가 전격 통합했다. 이날 양측은 통합 후 출범시킨 ‘한국기독교연합회(한기연)’ 창립총회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공동대표회장에 선임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이성희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명구 감독회장,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예장 합동 김선규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연 ‘파열음’ 대통합 불투명
입지 희미해져가는 교단장회의
한교연 ‘독자행보’ 한기총 ‘말뿐’
통합 후퇴와 장기화 우려 증폭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10여일 앞둔 한국 개신교의 통합 행보가 사실상 멈춰 섰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 연합기구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내부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시 정관을 마련하고 8월 출범한 한기연은 현재(10월 중순)까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메시지(성명 등)도 거의 없어, 교계의 입지 또한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한기연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의 통합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정작 한기총은 한기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그래서일까 한기총과의 통합 논의를 해오던 한교연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이들은 한교총의 주측인 주요교단 교단장회의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교연은 최근 회의를 열고 다음 달 17일까지 한기연 정관이 확정되지 않으며 ‘통합’을 파기하기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12월 초 통합 첫 정기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연합은 교단장회의 관계자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기연은 지난 8월 창립총회 당시 한교연 3인(고시영·황인찬·석광근)과 교단장회의 3인(이성희·김선규·전명구)으로 통합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하지만 교단장회의 측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관 확정 안 되면 ‘한기연 통합’ 파기”

한교연은 “지난 8월 중순 교단장회의와 통합해 한기연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당시 양측은 합의하지 아니한 정관문제로 인해 ‘임시정관’을 받고 폐회했다”며 “(12월) 총회에 앞서 양측 통합추진위원회가 조속히 모여 정관을 확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관을 합의해서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정관에 의해 총회가 원만히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교연은 교단장회의가 오는 11월 17일까지 한기연 정관을 합의하지 않을 경우 “통합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파기’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친 한교연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합파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관 문제 외에도 한교연의 불만은 또 있다. 앞서 양측은 각 교단의 특수성을 반영해 군소 교단을 많이 배려하기로 했다. 교단장회의와 달리 한교연 내 회원교단들은 몇몇 교단을 빼놓고는 대부분이 군소 교단이다. 그런데 군소 교단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통합 행보에 일부에선 군소 교단을 배제 또는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와 잡음이 일고 있다. 또한 통합 과정에서 드는 운영자금 문제와 한교연 직원 승계 문제도 민감하다. 교단장회의 측은 선별적 승계를 고려하는 반면 한교연은 직원 전원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독자행보 거침없는 한교연 속내는

한기연 통합 과정은 별개로, 한교연은 독자적인 행보를 거침없이 보이고 있다. 한교연은 한기연이 여는 20일 행사에도 공식 참여하지 않고, 한기총에서 요청한 교단장축하예배 공동개최에도 응하지 않는 등 독자행보를 시사해 파장이 예상된다.

또한 한교연의 주최로 오는 25일 ‘한국교회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연합예배 및 기념행사’가 열린다. 천안 백석대학교 천안캠퍼스에서 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에는 교계와 정부 인사, 신학생 등 2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말씀 선포(설교)를 맡고, 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와 감리교 전명구 감독회장(한기연 공동회장)이 축사에 나선다.

한교연 정서영 목사는 한기연 출범 이후에도 한교연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각 교단 행사에 축사와 정부 관계자를 만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한기연 공동회장이기도 한 정 목사의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지난달 8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3대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취임식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 “통합 대상은 한교연”

이런 가운데 한기총은 한기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통합의 대상은 오직 한교연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기총은 지난 12일 본부 세미나실에서 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 자리에서 엄기호 대표회장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의 진행 과정을 말했다.

이어 사무총장 최충하 목사는 “한교연과의 통합은 이전부터 계속 진행돼 왔다. 직무대행체제에서 통합 관련 논의가 중단됐을 뿐이다”며 “하지만 다시 한기총이 정상화됐기 때문에 한교연과의 대화를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총은 통합추진위원(5인) 역할에 대해 한교연과 통합을 논의하되 임원회 보고와 결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했다.

한교연과 한기총의 통합을 끌어내기 위해 출범한 한기연은 당초 기대와 달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교연은 11월 교단장회의와 통합을 할지를 두고 막바지 진통이 예상된다. 한기총도 내달부터 차기 대표회장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논의가 도리어 후퇴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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