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국회, 내년 2월까지 개헌안 마련키로
권력구조 방안 둘러싸고 의견 분분
투표 시기도 “6월 투표” “미뤄야” 이견
일부 “합의된 것만이라도 처리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맞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시간표를 내놨지만, 개헌을 둘러싼 이견이 커 합의점 도출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헌 특위는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개헌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내년 2월 특위 개헌안 마련 ▲3월 개헌안 발의 ▲5월 24일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기로 합의했다. 

특위는 개헌안 마련을 위해 10월 말까지 대국민보고대회를 마친 뒤 11월부터 본격적인 개헌 작업에 착수, 12월까지 헌법조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11월 중엔 기초소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하고 개헌안 초안을 만들게 된다. 

헌법 개정 절차를 보면 국회에서 여야 각 정당이 합의한 헌법개정안 단일안을 마련한 뒤 의원 150명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안을 국회 발의한다. 이를 20일 이상 공고한 뒤 60일 이내에 국회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 특위는 5월 24일까지 의결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때 재적의원 2/3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고,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모든 절차가 제 시간에 진행될 경우 개헌 국민투표는 6월 13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다. 

◆‘개헌 시간표’ 준수는 미지수

그러나 개헌 방향을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개헌 시간표’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개헌 논의는 크게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강화, 정부형태(권력구조) 개편 등 3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려 있는 것은 권력구조 문제다. 기존 5년 단임 대통령제에 따른 ‘제왕적 대통령’으로는 오늘날의 시대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고, 승자독식 대결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분권과 협치’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방안을 놓고는 의견이 제각각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력구조 방안은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이다.

4년 중임제의 경우 현재의 5년 임기에서 1년을 줄이는 대신 연임을 허용해 최대 8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통령제에 중간 평가 요소를 가미한 것이지만, 초기 4년 동안 연임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에 치우칠 수 있고, 권력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 권력 분산에 초점을 맞춘 이원집정부제는 기존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한 형태다. 직선제로 뽑는 대통령에겐 외교·안보 등 외치를 맡기고,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에겐 사회·경제 등의 내치를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국회에서 총리와 장관 등 정부 내각을 구성하는 것으로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4년 중임제’ 한국당 ‘이원집정부제’ 선호

당별 입장은 분분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식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의 경우 권력구조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은 보이지 않지만, 대선 후보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4년 중임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내 의원들 간에도 선호하는 개헌 방향이 서로 달라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 정치권에선 개헌 방향으로 지방분권 강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과 권력을 지방으로 상당 부분 이양해야 지방자치 본래 의미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 정치권도 지방 분권을 큰 틀에선 공감하고 있지만, 분권의 범위와 수준 등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헌 투표 시기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불거지고 있다. 개헌을 6월 지방선거에 맞춰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충분한 논의를 위해선 투표 시기에 구애받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취임 이후 개헌에 박차를 가해온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국회 개헌특위 전체회의에 직접 참석해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6월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조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고,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일정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며 지방선거 개헌 투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일각에선 지방선거 투표까지 개헌 관련 모든 사안에 합의점에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개헌 논의 대상엔 권력구조나 지방분권 문제 말고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명시,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하향, 대법원장 인사권 제한, 국회의원의 불체포·면책특권 폐지 등 하나 하나 민감한 개헌 쟁점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일부 첨예한 쟁점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으로 이미 합의된 개헌 내용마저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합의된 개헌 내용만이라도  처리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개헌특위의 한 자문위원은 “권력구조 논쟁으로 개헌 자체가 무산될까 염려된다”며 “이미 합의된 것만이라도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대통령 권력만 견제?… “국회 견제도 필요”

대통령의 권력을 국회로 분권하는 형태로만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 권력을 견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는 국민을 위한 헌법 개정이 되기 위해선 국민이 직접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국민헌법개정발의권과 국민법률발의권, 대통령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는 지금의 헌법 구조에선 유명무실하다”며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국민주권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