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장 문화재를 아는가. 각 지역마다 선조들의 삶이 지명과 문화재 등을 통해 잘 남아 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역사적 가치를 덜 인지할 수 있다. 이에 각 지역에 남아있는 문화와 역사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내 고향 역사탐방을 함께 떠나보려 한다.

▲ 북한을 바라보고 있는 시민 ⓒ천지일보(뉴스천지)

강화평화전망대서 느낀 한민족 역사
강 건너 연백평야 노란 물결 출렁
예성강 어구, 고려시대에 무역 활발
송나라뿐 아니라 일본과도 무역
20년전 北서 온 ‘평화의 소’도 연상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 인천 강화도 양사면에 있는 ‘강화평화전망대’다.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서 약 1시간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도착하는 강화평화전망대는 북한의 연백평야와 예성강을 볼 수 있다. 또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연백평야, 북한 쌀 생산량 40% 차지

원래 이곳은 민간인 통제구역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에 제한이 있었으나, 2008년 강화평화전망대 개관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날씨가 좋으면 강 건너 북한 주민의 삶의 터전을 볼 수 있으며 망원경을 이용하면 자전거를 타고 있거나 농사짓는 주민 등도 확인할 수 있다.

강화평화전망대 해설사는 “북한 땅을 바라봤을 때 가장 왼쪽에 연백평야가 있다”며 “풍년이 들었을 때 이곳 일대의 추수량은 북한 쌀 생산량의 30~40%를 차지한다. 쌀 생산량이 많아 북한이 관심을 많이 둔다”고 설명했다.

 

▲ 강화평화전망대와 북한과의 거리를 나타낸 지도, 북한의 연백평야와 고려시대 국제무역항인 벽란도, 개성공단 등이 표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곳은 북한에서 가장 따뜻한 지역에 속하며, 연백평야와 해안의 간석지에는 일찍부터 논농사가 발달했다. 실제로 북한을 보면 곧 수확을 앞두고 벼가 노랗게 익어 있다. 이 평야의 중심도시인 연안은 농산물의 집산지이며, 배천온천은 일찍이 세종대왕이 요양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고려시대 국제무역항 ‘벽란도’

연백평야 옆으로 굵은 물줄기가 하나 흐른다. ‘예성강’이다. 예성강은 고려에서 중국의 송나라와 교섭할 때 이곳에서 모든 배를 띄워 예절 있게 맞아들이고 다시 바래다주었던 강이라 예성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예성강 하구에는 고려시대 대표적인 무역항 ‘벽란도’가 있다. 벽란도는 황해도 예성강 하류에 있던 고려 시대의 국제무역항이다. 이곳은 고려의 수도인 개경과 가까우며, 수심이 깊어 배가 지나다니기 쉽다.

▲ 강화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수확을 앞둔 논은 노란물결이 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뱃길이 빨라 고려 때 무역항으로 크게 발전했다. 송나라 상인들이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송나라는 서적이나, 차, 악기, 비단 등을 팔고, 고려에서 금, 은, 인삼, 종이 등을 가져갔다. 고려 시대 송나라 상인들의 왕래가 많았을 때의 사실을 노래한 ‘예성강곡(禮成江曲)’도 있었다.

아라비아 상인들까지 무역하러 고려에 왔다. 아라비아 상인들은 상아, 향료, 후추 등 다양한 물건을 가지고 왔고 벽란도는 당시 국제 무역 항구로서 크게 번성했다. 해설사는 “우리나라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진 것도 이때부터였다”라며 “그 당시에는 ‘Korear’가 아닌 ‘Corea’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고려는 일본과도 무역했다. 일본에게 수은과 유황을 사들였고 인삼과 서적 등을 팔았다.

▲ 한국전쟁의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총탄에 맞아 구멍이 난 국군 철모 ⓒ천지일보(뉴스천지)

◆남한과 가까운 당두포리

예성강 아래로는 개풍군 ‘당두포리’가 있다. 당두포리는 강화평화전망대에서 2.3㎞다. 강 하나만 건너면 되는 손닿을 듯한 거리의 북한. 분단 이전에는 수많은 어선이 오갔을 이곳은 오늘날에는 철조망과 군초소로 긴장감을 주고 있다. 정면으로 보면 바늘 같이 길게 세워진 것이 있다. 개성공단 탑이다. 또 북한 마을인 해창리, 율동리, 탄동마을 등도 보인다.

특히 남측과 북측 사이 가강 가까운 곳은 강화군 철산리와 개풍군 해창리다. 거리는 1.8km에 불과하다. 해설사는 “통일이 되면 북쪽 해창리와 남쪽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을 예정”이라며 “도보로 개성까지 4~5시간이면 갈 수 있다”라고 전했다.

▲ 강화평화전망대 야외에 있는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곳 일대는 20년 전의 ‘평화의 소’를 연상케 하는 장소다. 1997년 북한 수해로 떠내려 온 소는 한강 하구의 북한 경계선 비무장지대인 유도(留島)라는 섬에서 고립됐다. 이를 우리 군이 구출해 냈고 ‘평화의소’라 이름 지어진 후 제주도로 보내졌다.

전망대 야외에는 해병대 상륙장갑차와 망배단, ‘그리운 금강산’ 노래비가 마련돼 있다. 명절을 앞두고 실향민이 찾아온다는 이곳은 남북의 안타까운 현실을 느끼는 장소다. 예성강 물줄기가 남한 방향으로 흘러 바다와 만나듯, 하루빨리 역사와 문화의 물결이 이어지도록 통일된 국가를 기대해 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