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 A양이 SNS로 지인에게 보낸 피해자 C양의 사진과 메시지.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전문가 “인권 존중의식 없었다”
현 학교폭력예방책 ‘한계’ 지적
“엄벌주의, 근본 해결 아니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부산 여중생의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과 제안’ 게시판에는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2만명이 넘는 네티즌이 청원에 동의했고 5일 오전에는 동참 인원이 9만명으로 늘어났다. ‘국민 청원과 제안’ 게시판은 접속 장애가 생길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소년법을 폐지해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엄벌주의’는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인권전문가의 지적이다. 학생 개개인의 기본적인 인권 의식 개선이 없다면, 이번과 같은 사건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인권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법인권사회연구소의 이창수 대표와 함께 살펴봤다.

◆근본 원인 ‘인권 존중의식 부재’

지난 1일 오후 8시 30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에서 중학교 3학년인 A(14)양과 B(14)양은 다른 학교 C(14)양을 공장 주변에 있던 철골자재와 의자 등으로 1시간이 넘도록 폭행했다. 가해자인 A양은 뒷머리와 입안에 심한 상처를 입고 피투성이가 된 C양을 촬영해 그 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했다. A양은 지인에게 “심해? (감옥에) 들어갈 것 같아?”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A양의 지인은 A양을 꾸짖으며 SNS에 사진을 올렸고 사건은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창수 대표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인권 존중 문화 부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봤다. 가해학생이 스스로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학교 내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고, 학교폭력을 학칙이나 경찰력 등으로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가해학생이 인권의식이 바로잡혀 있었다면 가해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을 힘으로 억압할 수 있다며 보인 행동은 타인에 대한 인권 존중의식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TF 구성해 조사해야”

이 대표는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는 ‘엄벌주의’는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문제는 성범죄자에게 징역 50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해도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문제와 마찬가지라고 했다.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이 없다면 제2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제3의 사건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처벌 수위만 높일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범죄) 행위 자체만 두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범죄는 끊임없이 일어날 것”이라며 “인권교육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단순히 ‘너는 잘못됐다’ ‘사람은 이래야 한다’라는 식의 윤리적 차원의 교육만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검·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이런 일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이 일반 성인이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을 정도였다는 점, 경찰에 신고했었던 것에 대한 보복성이라는 의혹이 있는 점 등에 대해서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대표는 “부산시교육청은 신고 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의 학교에 평소 생활지도 등 어디서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부산지역 초·중·고등학교의 인권 교육과 관련해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인권교육의 경우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내리는 지침이 있긴 하지만 학교장에게 권한이 있어 학교장 재량으로 교육이 실시된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부산시교육청에서는 각 학교마다 1년에 1시간 이상씩 인권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교육 실시 여부에 대한 결과보고를 받는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의무사항이 아니며 교육에 대한 권한도 학교장이 갖고 있어 학교마다 인권교육자가 지정된 경우도 있고 생활지도 부장교사가 하는 경우도 있고 해마다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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