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경영학 박사

 

창업의 시대다. 더불어 스타트업(Startup)의 표현도 보편화됐다. 창업은 사전적 의미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것’이지만 ‘나라나 왕조를 세우는 일’을 뜻한다.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의미 외에 창업형태도 다양하다. 청년의 청년창업, 나이든 사람의 시니어(senior)창업, 여성의 여성창업, 적은 돈으로 하면 소자본창업, 집에서 하는 재택창업, 기술의 기술창업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와 같은 여러 명칭에도 불구하고 창업한 사람을 통칭하여 창업가 또는 기업가라고 부른다. 이들의 차별화된 특징은 바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가졌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취업하고 직장의 정해진 길을 가지만 창업가는 자신의 기업을 세워 꿈을 이루고 나아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생산적·창조적 리더로서 상속자나 전문경영인과는 다르다. 미국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일본 야후의 손정의와 같은 사람들이 바로 창업가들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들 못지않은 훌륭한 창업가들이 많다. 이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신화적 기업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창업의 동기와 꿈을 심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을 하고 있다. 정부도 창업인프라의 조성에 힘을 쓰고 민간분야에서도 창업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창업을 위해 규제를 해소하고 대출·보증·벤처투자 등 자금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 263개 창업보육센터에서 창업공간과 컨설팅제공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창업환경조성에 대해 기업인들은 창업인프라수준이 훌륭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창업가들의 자세에 대해 한마디 조언을 한다. 요즘 창업가들이 지나치게 자금, 기술, 시장 등 경영자원 확보에만 주력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창업주체인 창업가 자신이 지녀야 할 것들이다.

창업가가 지녀야 할 ‘그것들’은 바로 열정과 건강이다.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우선 열정을 말해보자. 지난달 한 벤처기업인 행사에서 유명한 재난구호전문가의 강의가 있었다. 그녀는 사지(死地)를 넘나드는 재난구조가 너무도 힘들지만 그럼에도 그만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바로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참석한 기업인들이 ‘자신의 사업=가슴 뛰는 일’이라며 공감했다. 열정을 바치는 일인 것이다. 어떤 일에 열정을 다한다는 것은 뜨거운 애정을 갖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 몰입토록 하는 원동력이다. 창업가가 “취업이 안 되니까” “정부지원이 좋으니까” “남들처럼 돈 벌려고” 사업에 뛰어든다면 과연 성공하겠는가? 창업가의 가장 큰 자산인 열정은 용기를 갖고 모험을 뛰어 넘게 한다. 순수한 열정에 따른 성취욕이야말로 창업의 가장 큰 동기이자 자산이다.

하지만 열정은 오래가기 어렵다. 이를 지속하려면 건강이 뒷받침해야 한다. 성공한 기업인들은 대부분 건강하다. 건강은 육체적인 체력과 정신적인 인내심을 말한다. 창업자의 활동범위와 강도는 봉급자와 다르다. 밤낮을 초월하고 장소를 불문한 업무강도와 스트레스는 건강을 해치기 쉽다. 고질적인 질병이나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이상에도 휴식이나 치료를 미루는 일이 허다하다. 전 세계적인 혁신기업가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는 56세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돈 잘 버는 사업가들조차도 건강에 발목을 잡히는데 하물며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창업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체력과 더불어 필요한 것이 정신적인 힘인 인내심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대부분 을(乙)의 입장에 설 일이 많다. 또한 예상 못한 사건·사고, 성과부족으로 고도의 긴장과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업초기에 갑(甲)질하는 고객으로부터 모멸감과 상처를 입는 일도 많다. 열심히 사업을 하면서도 가족에게 미안하고, 직원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도 있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래서 창업가는 괴로움이나 고통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이라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창업가들이 원하는 것은 풍부한 자금, 좋은 기술과 인력, 손쉬운 시장진출이다. 하지만 이는 로또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공짜는 없다. 열정과 체력을 다 바쳐야 한다. 창업가가 우선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보다 열정과 건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