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간첩에 대한 사전적 내용은 이렇다. 한 국가나 단체의 비밀이나 상황을 몰래 알아내어 경쟁 또는 대립관계에 있는 국가나 단체에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서 핵심적 단어는 ‘몰래’이고 ‘대립관계’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간첩들이 가장 살기 좋고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간첩이란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국민적 풍토 또한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지구상 유일하게 분단되어 수백만의 군대가 대치하고 있고 핵무기 위협이 상존하고 있으며, 적국의 노예주민들이 3만여명이나 탈출해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고, 수십만에 달하는 납북자와 국군포로들이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얼마 전 북한은 선교사의 신분으로 100여 차례 이상을 북한내부로 들어가 세습독재와 노동당이 내팽개친 고아원, 탁아소, 양로원 등을 돌봤던 캐나다 목사를 31개월이나 구금했다가 추방한 사례가 있다. 당시 캐나다 시민권자인 임현수 목사를 구금한 북한당국은 그의 선교활동과 공개된 영상물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반공화국 국가전복죄라는 죄명으로 그를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했고, 하루 8시간씩 꽁꽁 언 맨땅을 파고 나무를 심게 하는가 하면, 석탄창고에서 얼어붙은 석탄을 쪼개는 노동에 투입하기도 했다. 임 목사는 이 같은 강제노역으로 수차례 병원신세를 졌지만, 북한당국은 자국의 모든 조치가 외국인 간첩행위자에게 주어지는 합법적 구금노동에 해당하며, 노동을 통해 교화되는 인도적 수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31개월의 지옥 같은 구금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임 목사는 석방의 첫 일성으로, 본인이 캐나다인이었기 때문에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으며 급기야 석방됐다고 캐나다 국가와 국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는 곧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면 결코 살려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언급이다.

실제 한국 국적자인 나머지 선교사들은 단 한차례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은 채 열악한 구금 시설 내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들 모두는 북한당국이 반공화국 국가전복죄, 즉 적국의 간첩으로 규정해 내려진 벌이다.

자국의 국민과 국가안녕을 훼손할 목적으로 암약한 간첩이라면 그 국가에서 정한 최고의 형벌을 받는 게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간첩이나 그에 준하는 반국가사범들이 어느새 양심수가 돼 있으며, 좌익세력의 각종 시위 때마다 단골 메뉴로 이들의 석방을 소리 높여 외쳐댄다. 

반평생의 세월을 남한의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북으로 돌아간 이인모라는 빨치산 경력의 비전향장기수가, 오죽했으면 북한에서의 사회생활이 남한의 감옥시절보다 못하다는 넋두리로 쓸쓸히 숨져갔겠는지 깊이 새겨볼 일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적국의 간첩 활동을 감시하고 예방적 차원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적극 차단해야 할 국가적 책무가 있는 공안기구들이 모두 손발이 묶인 채 죄인마냥 웅크리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녕을 해하려는 목적의 타국 내지 적국의 스파이들을 제압하는 데 최일선에서 굳건히 서 있어야 할 국가기구가, 북한식 용어인 적폐 대상이 되어 오히려 간첩들에게 쫓기고 있는 현실을 우리 국민들이 마냥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적국의 간첩을 잡는 조직은 좋은 피, 나쁜 피, 맑은 피, 탁한 피를 가리지 않고 이 모두를 묻혀가며 국가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운명적 역할이다. 그것을 가리는 것 자체가 바로 정치 아니겠는가. 

이 같은 역할을 가로막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적(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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