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동휠체어로 인해 버스 탑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임혜지 인턴기자]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현재 운영 중인 시외·시내버스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장애인으로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장애인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22일 밝혔다.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는 국토부가 추진하는 고속버스 설치비 지원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것과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시내버스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교통사업자에 대한 재정지원, 금융지원, 세제지원 을 확대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에 현재 운행 중인 고속시외버스는 아직 휠체어 사용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고속시외버스나 공항버스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고속시외버스 운송사업자들은 “버스를 개조하고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는 것이 현행 자동차 관리와 안전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며 “고속·시외버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탑승 가능한 버스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행 버스정류장의 공간이 협소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하더라도 실제 이용이 어렵고,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비나 저상버스 구입비 등 교통 사업자에게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먼저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조사결과 현행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자동차 관리 법령에 따라 적법한 사항이며,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교통안전공단이 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설치 관련 튜닝을 승인한 건수가 243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 국내 버스제조사에서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용 버스를 실제 생산·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에서 운행중인 시외버스는 총 1만 730대이며 시내버스는 총 4635대다. 이 중 휠체어 탑승 편의시설이 갖춰진 버스는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2층 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 33대가 전부다.

인권위는 “교통사업자가 시외버스와 시내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 의무와는 별개로 교통사업자의 의무”라며 “교통사업자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어 사업 유지가 어렵지 않는 한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호주,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고속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관련 설비 규정을 의무화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고속버스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단계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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