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째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100일 동안 문재인 정부의 공과를 말하자면 아직은 집권 초기라 총체적인 평가가 어렵다하겠으나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분야는 인사였다. 역대 정권 초기에 나타난 인사 난맥이 문 정부에서도 재현됐으니 정부조직 기능에 맞는 인재를 적소적재에 임용하는 인사야말로 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정부 고위직 인사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지렛대로 줄곧 있어온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등용할 때까지만 해도 국민의 호평을 받았고, 일부 청와대 비서관 임용에서는 신선한 감도 보였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몇몇 장관 내정자가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한 ‘인사 5대 원칙’에 못 미치자 야당의원들은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채 지명 철회를 요구했으나 문 대통령은 강경화 외무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정부 인사에 대한 야당과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전후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낙마했고, 최근에는,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진 사퇴했던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일했던 박기영 전 본부장의 경우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을 도왔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부적격하다고 지적한 바 있으나 무난히 임용돼, 이를 두고 ‘코드인사’ ‘인사참사’로 비화되기도 했다. 그 이후 과학기술계가 반발하고 서울대 교수들이 임용반대 성명을 내자 당사자가 임명 나흘 만에 자진 사퇴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격이었다.

정부 내 장차관, 청와대수석비서관 등 요직 내정 시 인사시스템에 따라 검증을 하게 되는데 구멍 뚫린 검증도 문제지만 코드인사는 문제가 더욱 많다. 과거 정부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고, 문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서 결국 물러나게 된 안경환, 김기정, 박기영 등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돼 있으니 코드인사가 부른 인사 참사라 할 만하다. 이처럼 정부 요직 인사에서 실력이 아닌 ‘인연’을 중시하는 독선인사, 주위의 비평과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불통인사는 망사의 지름길이거늘,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총무비서관 선정에서 보여준 ‘감동인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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