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나원양의 어머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호소문(맨왼쪽)과 박나원양의 모습, 폐섬유화와 기관지 주편으로 두껍게 염증반응이 확인되는 박나원양의 폐 CT사진. (제공: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피모 “판매량 2위 애경, 검찰조사서도 제외”
“사용자 146만명, 피해자 18만명 이상 추산”
“피해자 속출에도 사과도 없이 ‘무시’로 일관”

[천지일보=박정렬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규모 2위인 애경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명 옥시사태로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둘러싼 제조업체와 피해자 간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시’로 일관 중인 애경을 향한 피해자들의 토로가 이어졌다.

24일 애경 AK플라자구로본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살인기업 처벌촉구 시리즈캠페인 5차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애경의 사과와 피해보상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촛불시민혁명으로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해결에 나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주범인 살균제 제조판매 회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며 “롯데마트, 홈플러스, 옥시 등 일부는 사과했지만 애경은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애경은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가습기살균제를 많이 판매했고 피해자도 많다. 2017년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해 1228명이 응답한 가습기살균제 사용제품 2690개 중에서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이 64.3%로 1위였고 ‘애경 가습기메이트’가 36.5%로 2위를 차지했다.

▲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제품별 구매비율 (출처: 한국환경보건학회)

하지만 애경은 2011년 정부의 역학조사에서 자사 제품 사용피해자가 없었고 동물실험에서 폐섬유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습기넷과 가피모의 주장이다.

이들은 “애경의 주장과 달리 2014년 이후 정부의 판정에서 애경 ‘가습기메이트’ 제품만 사용했다 사망한 사례가 여럿 나타났고 정부의 폐손상 판정에서 ‘확실’인 1단계를 받은 여러명의 어린이 피해자도 나타났다”며 “애경 가습기메이트에 사용된 살균성분 CMIT/MIT의 동물 노출실험 등에서 비염 발병이 확인된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실제 애경의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가 폐섬유화로 현재 목을 절개하고 산소호흡기를 넣고 생활하는 7살 박나원양의 사례도 공개했다. 하지만 애경 측에서는 현재까지 사과나 배상도 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6년 검찰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에 가피모와 가습기넷은 애경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해 공급한 제품으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과 더불어 당시 가장 대표적인 가습기살균제였다”며 “애경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127만~146만명이고 사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은 건강피해자는 10만 9500~18만 25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애경은 자체적으로 피해신고센터를 개설하고 판매이력을 구매자에게 공지하는 등 적극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경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에서 가습기메이트 등의 제품에 사용된 CMIT/MIT의 유해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서 조사결과 신속히 나오길 바라고 있다”며 “해당 제품의 제조사는 아니지만 결과가 나오는대로 판매사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 책임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13개 회사가 환경운동연합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제품에 사용한 모든 성분을 공개하기로 약속했지만 애경산업은 이 또한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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