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더 깊은 대치 국면으로 가고 있다. 갈 길 바쁜 문재인 정부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마냥 야당 탓으로 돌리기엔 너무 식상하고 또 문재인 정부의 정치력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야당의 요구를 모두 들어 줄 수도 없다. 아무리 여소야대 정국이라 하더라도 청와대와 집권당이 주도권을 놓치면 이후의 국정개혁 드라이브가 조기에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참으로 딱하고 안타까운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치정국은 예상됐던 대목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여론조사일 뿐이다. 국민 지지율만 역설하는 일방적 국정운영은 아마추어 방식에 다름 아니다. 국정수행을 여론조사로 밀어붙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야3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에서는 집권 민주당이 소수 정당이다. 과반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더 큰 국정개혁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건’이다. 야3당 모두는 몰라도 함께 과반 의석을 점할 수 있는 국민의당과는 더 절박한 협치가 불가피하다. 최소한 과반 의석을 위한 협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국민이 만들어 준 결과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당초의 협치 의지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그 바탕은 여야 각 정당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인사청문회 제도의 취지이며 협치의 정신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통령 입장만 내세운다면 협치란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법대로, 규칙대로 가면 될 일이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에 대한 임명 문제가 아쉬웠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다시 문 대통령이 결단의 기로에 섰다. 야3당은 송영무 국방,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정치권이 지금 강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자칫 더 큰 파국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문 대통령도 협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협치가 필요하며 그 협치를 통해 무엇을 이뤄낼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이 특별한 시선을 끌었다. 정 의장은 문 대통령 바로 옆에서 ‘협치’에 관해 쓴소리를 던졌다. 정 의장은 “협치가 먼저 손을 내밀고 와 달라고 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고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는 것 같다”며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정부·여당이 조금 더 큰 책임으로 국회가 원만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이젠 문 대통령이 화답해야 한다. 자칫 소탐대실 하지 않도록 정 의장의 고언을 경청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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