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상회의와 북핵문제로 떠들썩했던 지난 7일 유엔이 핵무기금지협약을 채택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대체를 위해 핵무기 전면 폐기와 개발 금지를 담은 협약이다.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이 주도한 협약은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22개국이 찬성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공인 핵보유국은 ‘핵억지력’을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비공인 핵보유국과 잠재 핵보유국 북한도 불참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이유로 협약에 반대하며 거부했다. 이처럼 주요국이 빠지면서 ‘맥 빠진 협약’이 되긴 했지만 이번 협약이 9월 공개서명과 50여개국 비준 후 발효되면 국제사회는 핵무기금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이고, 이는 핵보유국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비록 불완전한 출발이긴 하지만 이번 핵무기금지협약은 핵을 포함한 전쟁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2차대전 승전국 중심으로 굴러간다. 이제껏 그들의 주장이 선(善)이 되고 기준이 돼 왔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처럼 미국은 자신들이 보유한 핵은 지구촌 방위 무기이고 북한 등 자신들과 뜻이 다른 국가가 보유한 핵무기는 지구촌 파괴 무기라는 논리를 펴왔고 국제사회도 이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핵무기는 강대국이 가지든 북한 김정은과 같은 악동이 갖고 있든 터지면 똑같이 재앙일 뿐이기에 궁극적으로 모두 폐기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新)베를린 선언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고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포용정책이라고 봐진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6차 핵실험 가능성과 수시 미사일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역설적으로 지금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촌에 가장 필요한 건 온전히 핵무기와 전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고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유엔이 어려운 여건 속에 채택한 이번 핵무기금지협약이 한반도는 물론 지구촌에서 핵무기를 퇴출시키고, 전쟁무기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초석이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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