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출처: 연합뉴스)

대북공조 겨냥한 시위성
새 정부 대북구상에 찬물
당분간 제재·압박 분위기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사흘만인 4일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40분쯤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부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은 930여㎞가량을 날아간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미사일 발사 시점은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사흘만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순방 출국을 하루 앞둔 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재인 새 정부의 정상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미묘한 시기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감행된 만큼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향상 차원에서 이번 발사가 이미 예정된 계획대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 정부와 현 정부를 가리지 않고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오고 있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한 시위성 발사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감대를 이룬 ‘대화와 제재’ 방식의 대북정책 기조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탄도미사일 발사에 담았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국과 미국의 새 행정부가 대북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대남·대미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시해 왔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의미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노동당 외곽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는 이날 7.4공동성명 45주년을 기념한 성명에서 “남조선에서 골백번 정권이 교체되고, 누가 권력의 자리에 들어앉든 외세의존 정책이 민족우선 정책으로 바뀌지 않는 한, 숭미사대의 구태가 민족중시로 바뀌지 않는 한 기대할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다시 찾게 되는 심각한 교훈”이라며 사실상 문 대통령의 한미 대북공조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사일 발사 시기가 독일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과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압박과 제재라는 두 수단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문 대통령의 외교 행보에 찬물을 끼얹고, 새로운 대북 구상을 펼치려는 문재인 정부에 부담을 키우고 있다. 북한의 의도성 짙은 도발에 따라 남북 정세는 당분간 대화 국면보다는 제재와 압박 분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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