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 (출처: 뉴시스)

“종교인과세 대상, 약 20만명”
종교인 연평균 소득, 목사가 1위
개신교 단체, 유예 선언문 채택

시민단체, 재차 과세 강행 촉구
“특권계급 인정 않는 헌법 실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종교인과세를 놓고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시행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와 유예해야 한다는 개신교 목회자들의 입장이 팽팽하다. 과세당국의 입장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최근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내년 1월 도입되는 ‘종교인 과세’ 대상 인원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종교인 평균임금에 따르면 소득이 과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종교인이 많아 실제 걷히는 세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 후보자는 “올 3월 종교인 과세 신고서식이 확정돼 종교인 소득을 신고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신고지원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시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종교인 과세 시기 유예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승희 후보자는 2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구자료에서 내년 1월 1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될 경우 과세 대상자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자료에 따라 약 2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종교인 대다수가 면세점 이하로 실제 세 부담은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종교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납세절차 안내 등을 통해 종교단체 및 종교인의 신고·납부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과세는 지난 2015년 12월 법제화됐지만 종교계 반발을 우려해 시행이 2년 늦춰진 상태다. 고용부에 따르면 목사의 연평균 소득은 2855만원으로 가장 많고, 스님은 2051만원, 신부는 1702만원, 수녀는 1224만원이다.

지난 5월 26일 교회 장로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2018년 1월 시행하기로 된 종교인 과세시기를 2020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종교인 과세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이달 19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도 종교인 과세유예를 주장했다. 이날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는 개신교 보수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유예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준비부족, 탈세 제보에 따른 세무조사 우려, 과세 범위를 사례비로 한정 등의 입장을 담았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들은 종교인 과세 유예를 주장하는 개신교계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동학천도교보국안민실천연대, 바른불교재가모임, 원불교인권위원회,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교회정화운동협의회, 한국납세자연맹 등 9개 종교·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종교인 과세 즉각 시행을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달 정부를 향해 “종교인 과세는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국정과제로, 종교인에 대한 특혜는 국민의 뜻에 어긋난 적폐 중의 하나”라고 질타하며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에도 이들은 공평과세를 촉구하며 개신교계가 명분으로 제시한 유예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준비부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스스로 직무유기를 선언하는 것”이라며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면 일차적으로 정부가 혹독한 책임을 져야 하고 수수방관한 관련 종교인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오는 7월 설명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신교인들이 강제가 아닌 자발적인 납세를 하겠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종교인 과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공평주의’를 실현해 특권계급을 허용하지 않는 헌법정신을 실현하고자 하는 데에 큰 목적이 있다”며 “국민의 납세의무는 기부금과 같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법으로써 국가가 강제하고 성실납세의무를 하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라고 원칙을 강조했다.

또 ‘교회의 예산결산항목 중 사례비 항목에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과세를 시행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반 근로자들이 복리후생적인 급여에 대해서도 근로소득으로 판단해 과세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종교인만 특권을 인정해달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탈세제보에 따른 세무조사의 위험에 대해서도 모든 납세자들이 동일하게 안고 있다며 종교인만이 안게 되는 우려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은 “종교인도 국방, 도로, 공원, 도서관 등 공공재 혜택을 보고 있다”며 “공공재 혜택을 국민과 동일하게 누리면서 소득세 납부의무를 하지 않는 것은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다. 종교인과세는 정직한 행동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매년 종교단체에는 7조원이 기부되고 있으며, 기부금 세액공제로 1조원이 세액 감면되고 있다. 종교시설에 대한 재산세 감면 등 지방세 감면도 3000억원에 이른다. 감면된 세액을 지원금으로 돌리면 매년 1조 3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종교단체에 지원되고 있는 셈이다. 다른 비영리단체는 해산 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다른 비영리단체에 재산이 귀속되는 정관규정을 조건으로 기부금 공제 혜택을 주지만, 종교단체는 그런 조건이 없이 공제혜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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