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해 7월8일 바그다드시내의 대형트럭 폭탄 테러로 불타버린 쇼핑 몰이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의 글로 뒤덮여있다. 바그다드에서는 올해에도 라마단의 첫날인 29일 밤 가족들이 즐겨찾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승용차의 폭탄이 폭발, 10명이 죽고 20여명이 다쳤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같은 이슬람교인데, 죽이는 자 살리는 자
‘英 화재’에서 깨어 주민 대피시킨 무슬림
자기만의 신앙 앞세운 IS는 ‘피의 라마단’

이슬람교 라마단 가르침은 ‘이웃에 희사’
금식·금욕하며 꾸란 낭독하고 절제하는 기간
극단주의 무슬림이 믿는 교리는 무엇?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해가 떠 있는 시간에 금식·금욕하며 꾸란을 묵상하는 시기인 무슬림들의 라마단. 올해는 지난달 27일 시작해 이달 25일 마친다. 라마단 절기 동안 세계 무슬림의 신앙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다수의 무슬림들이 단식을 하며 자신의 행동을 절제한 반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합류한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앞세워 살상을 서슴지 않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다.

라마단을 앞두고 지난 5월 26일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도가 탑승한 버스에 무차별 총격이 가해져 29명이 숨졌다. 라마단이 시작되며 공격은 본격화했다. 같은 달 28~30일까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세 차례 테러로 최소 28명이 희생됐다. 31일에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트럭 폭탄이 터져 9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달 들어서도 3일 영국 런던브리지 사건으로 7명이 사망했다. 7일에는 이란 수도 테헤란 남부 이맘호메이니 영묘에서 테러가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5일 아프가니스탄 시아파 사원에서 또 테러가 일어나 4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라마단 기간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매년 IS가 라마단 기간 공격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이는 데 혈안된 IS

올해 라마단 기간 IS는 육성 메시지를 자신들의 선전매체 알푸르칸에 올리고 조직원과 추종자들에게 테러를 종용했다. 이들은 필리핀의 IS 추종 세력 ‘마우테’를 ‘칼리프국가(IS를 뜻함)의 아이들’이라고 칭하며 민다나오섬 마라위 점령을 축하했다. 또 이란의 공격을 장려하며 유럽, 미국, 호주, 러시아, 이집트, 예멘, 리비아, 알제리에 있는 ‘외로운 늑대’들에게 라마단 기간에 공격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또 텔레그램 IS 채널을 통해서도 육성 메시지를 올리고 IS 추종자를 ‘순수한 무기’라고 치켜세우며 거부파와 변절자 등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거부파는 현 이라크 정권을 잡고 있는 시아파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로이터는 이 메시지가 IS의 대변인인 아비 알 하산 알 무하제르의 육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파키스탄의 무슬림 의사 3명은 하수도 청소를 하다가 질식해 생명이 위독한 기독교인의 치료를 거부했고, 결국 청소부가 사망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반면 라마단 기간 생명을 구한 무슬림도 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 서부 노스 켄싱턴 지역 그렌펠타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현장에서 이웃을 깨워 대피시킨 주민은 무슬림들이었다. 영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무슬림들은 라마단을 지키며 밤늦은 시간 식사를 하기 위해 깨어 있었고, 초기에 불을 발견해 잠들어 있던 이웃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다. 화재가 발생한 지역 인근에는 회교사원 ‘모스크’가 있어서 무슬림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라마단 이슬람의 가르침은?

같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이슬람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슬람력으로 9월인 라마단 달은 이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달로 여겨진다. 이는 라마단 기간에 꾸란을 받고 이슬람이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라마단 기간 무슬림은 해가 떠 있을 동안 금식을 하는데, 이 단식은 꼭 지켜야 하는 이슬람 신앙과 실천의 다섯 기둥 중 하나이자 꾸란에서 명한 의무행위이다. 단식은 아랍어로 ‘씨얌’이라고 하며 본래의 의미는 ‘절제하다’이다.

무슬림에게 단식은 배고픔을 통한 자기 수련의 한 과정으로 하나님을 공경함과 동시에 하나님에 대한 순종과 실천을 증명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또 단식을 통해 모든 죄와 잘못으로부터 구원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을 정화하는 수단이자 정신을 일깨우고 인내를 가르치며 오만함을 없애고 희사를 촉구하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무슬림들은 이 기간 회개와 용서, 형제(자매)애와 동정심 고취의 기회로 삼는다. 음식을 먹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험담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등 자신의 모든 언행 또한 절제한다.

단식은 이면적인 의미도 갖는다. 예언자 알 바이하기의 전함에 따르면 단식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한 자기 훈련으로 지하드(성전, 聖戰)보다 더 위대한 투쟁이 곧 ‘자기 자신과의 투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라마단 기간 자유롭게 허락되는 것은 꾸란에 대한 암송과 묵상이다. 특히 라마단 마지막 열흘 중 홀수 날 밤에는 더 많은 예배와 기도, 꾸란 낭송이 있다. 라마단 기간 새벽에 먹는 싸후르와 해가진 후 저녁에 먹는 이프타르도 허락된다.

올해 라마단은 지난 5월 27일 시작돼 오는 25일 종료된다. 이후에는 ‘이드 알 피트르’라는 축제가 3일 동안 펼쳐진다. 전 세계 모든 무슬림들이 축하하고 기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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