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고가 보행로로 20일 공식 개장한 ‘서울로 7017’. ⓒ천지일보(뉴스천지)DB

“도심 속 공원, 마음 여유 생겨”
“시멘트 바닥, 생각보다 삭막해”
서울로 개장에 뿔난 지역주민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개장된 가운데 이를 이용한 시민들은 “도시에 공원이 생겨 좋다”라는 호평과 “공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삭막하다”는 혹평의 서로 다른 평가를 냈다.

20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서부 부근 ‘서울로 7017’을 찾은 김형섭(41, 남, 서울 마포구)씨는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해오면서 개장을 기다려왔다”며 “서울역을 자주 오는데 도심 한 가운데 공원이 조성돼 좋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경기도 인천에 사는 서세민(36, 여)씨는 “개장 첫 날이라 기대하는 마음이면서도 실은 날씨가 덥고 사람도 많아서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막상 오고 나니 기대 이상으로 잘 꾸며졌고 아이도 즐거워해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서울로 7017을 거닐며 도심 속 공원을 경험한 시민들은 노후된 도로를 보행로로 만들고 공원처럼 나무와 꽃으로 꾸몄다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꾸미는 것은 좋지만 보행로가 비좁고 콘크리트(시멘트) 바닥 판에 나무를 심어 삭막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 국내 첫 고가 보행로로 20일 공식 개장한 ‘서울로 7017’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인파를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평소 조경에 관심이 많다는 전직 교사 박찬기(가명, 남, 61)씨는 “개장 첫 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행로가 너무 좁다”며 “꾸미는 것은 좋지만 시멘트 바닥에 나무를 심어 삭막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종류를 심어 다양한 나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소나무나 잣나무 등을 심는 것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새로운 느낌이 안 든다”며 “전부 꽃으로 심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어 힘들더라도 다년생 꽃나무를 심어 더 화사한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

7살 손자와 함께 서울로 7017을 찾은 박선식(77, 남, 경기도 부천)씨는 “고가 보행로가 생긴 것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겐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차량이용자는 불편하지 않겠느냐”며 차로를 가리키며 “저기 보이듯이 도로가 꽉 막힌다”고 설명했다.

서울로 7017 주변에선 개장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은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역 인근 지역인 서계동 주민들은 “10년 동안 건축불허로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크다. ‘서울로7017’이 포함된 서계동 지구단위 계획 추진에 결사반대한다”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

▲ 20일 서울역 인근에 있는 ‘서울로7017’이 개장한 가운데 인근 지역인 서계동 주민들이 “10년 동안 건축불허로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서계동 지구단위 계획 추진에 결사반대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시를 향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계주민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서부 ‘서울로7017’ 입구 맞은편에서 자리를 깔고 집단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서계동엔 ‘도시재생’이 아닌 ‘전면 재개발’이 필요하다며 낙후된 도시를 명품도시로 만들어주겠다던 서울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식 서계주민협의회 회장은 “서계동 주민들은 서울시가 ‘서울로7017’을 계획할 때 주변 지역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곳”이라며 “우리가 찬성했던 이유는 서계동의 재개발을 통한 지역개발을 바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서울시는 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을 통해 옛날 집을 살리려고 한다”며 “서계동 곳곳의 도로가 비좁고 건물도 낙후된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그대로 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정식 개장한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은 한국근현대사 45년간 함께하다 안전등급 D를 받은 1970년대 산업화 유산인 ‘차량길’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만든 것이다.

‘서울로 7017’이라는 명칭은 고가도로가 만들어진 1970년도와 보행길로 재탄생된 2017년, 고가도로와 이어지는 17개의 길을 뜻한다.

서울로 7017은 회현역, 남산육교, 서울역광장, 청파동, 중림동 등을 17개 연결로로 잇고 주변 500m 이내에는 4개 국어(한·중·영·일) 안내사인을 구축했다. 서울시는 교각과 고가를 보강하고 상단의 낡은 콘크리트 바닥 판을 모두 교체한 뒤 강화 유리로 된 안전 난간도 설치했다.

또 인형극장, 정원관리 체험, 방방놀이터 등 645개 원형 화분 사이사이에는 문화콘텐츠 시설 8개소가 조성됐다. 공중 수목원으로 설계된 원형 화분에는 228종에 이르는 나무들을 식재됐다.

▲ 시민들이 국내 첫 고가 보행로로 20일 공식 개장한 ‘서울로 7017’을 걷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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