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 CJ E&M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 E&M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tvN 이한빛 PD 사망사건 대책위, 방송계 제보 내용 공개
“앉아 있으면 앉아있다고 욕하고… 많이 자봐야 2시간”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촬영 스케줄 자체가 신체적 정신적 폭력이다. 하루에 수면시간 많아 봐야 2시간. 감독, 배우들이 대우 받는 거 인정하는데 스텝들도 사람이다.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한다.”(A씨, 3년 이상 근무)

“제작현장에서 6일 동안 누워서 잠든 시간이 6시간이었던 적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나뿐만 아니라 경력이 오래되고 나이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위해, 생계를 위해 당연히 참아야 한다는 것처럼 지내는 것도 괴로웠다.”(B씨, 3년 이상 근무)

“막내 시절에 언어폭력을 많이 들었다. 앉아 있으면 앉아 있다고 욕하고 내가 잘못하지 않았어도 모든 욕은 거의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씨, 5년 이상 근무)

최근 한 방송사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던 신입 조연출이 과도한 업무와 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방송·드라마 촬영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대우와 장시간 근무 등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대책위)’는 드라마 ‘혼술남녀’를 촬영하던 고(故) 이한빛 PD의 사망을 계기로 이 PD와 비슷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방송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제보받아 1차 분석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대책위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유효제보 106건을 토대로 1차 분석한 결과 방송업계 종사자들의 제작 기간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9.1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휴일도 한 달 기준 4일, 일주일 기준 0.9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들의 고용형태를 보면 정규직은 13명으로 12.3%, 계약직은 15명으로 14.2%, 프리랜서는 78명으로 73.6%로 나타났다. 제보를 통해 드러난 드라마 현장에서는 과도한 노동시간뿐 아니라 언어폭력, 성희롱, 불공정한 임금체계, 표준근로계약 부재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대책위는 CJ E&M 소속 케이블 방송 tvN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했던 이 PD가 지난해 10월 유서를 남긴 후 실종 5일 만에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꾸려져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씨의 유가족은 ‘혼술남녀’ 근무환경과 제작진의 폭언이 자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故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해 가득했다”며 “제작진의 인격모독 역시 형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았다”고 밝혔다.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대책위는 이 PD의 죽음은 노동 착취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대책위는 “CJ E&M은 이한빛 PD의 죽음을 개인의 문제로 호도하고 사망사건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에 급급했다”며 “이번 사건은 불운한 신입 조연출의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PD는 ‘혼술남녀’ 촬영이 시작한 지난 8월 27일부터 실종된 날까지 55일 동안 단 2일만 쉬었다. 이 기간 발신한 통화 건수만 1547건이었으며 촬영이 바빴던 9월 20일에서 29일까지 이 PD의 수면시간은 평균 4.5시간이었다.

대책위는 이 PD와 비슷한 경험을 했었던 드라마 현장 종사자들의 관련 제보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제보센터는 드라마 종사자들이 겪는 직·간접적 어려움과 문제들을 고발하는 공간이며 구체적 문제들을 사회 여론화 하고 제도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용할 방침이다.

대책위는 “제보센터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드라마·방송 제작환경의 구조적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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